84화. 거래처.

84화. 거래처.

by 번트엄버

84화. 거래처.


동네 우유 영업소 거래처가 모두 마트나 슈퍼인 것만은 아니다. 요즘 커피 전문점들의 창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커피숍 거래처도 늘어나고 있었다.

이 작은 슈퍼를 지나고 나면 커피숍 거래처로 가야 한다. 신천동에만 커피숍 거래처는 두 군대가 있다. 먼저 가는 곳은 동선은 맞는데 시간이 안 맞아 물건만 납품하고 전에 납품했던 박스를 챙겨 오면 된다. 수금은 알아서 계좌로 보내 준다고 했다.

이 정도 일을 하고 나면 10시가 조금 넘는다. 이제 대형마트로 가야 할 시간이다. 얼마 전에 오픈을 해서 사장님이 공을 많이 들였다는 곳이었는데 수금이 잘 되지 않아서 고민이 깊어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주변에 대형 마트가 이곳밖에 없어서 우유는 넣기만 하면 잘 빠지는 곳이었다. 당시에 전단 행사에 우유가 빠지면 곤란할 정도였기에 이렇게 잘 빠지는 매장이 있으면 우리 같은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꿀이다. 다른 제품들도 신경을 많이 쓰지만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제품들이 있다. 그것은 1리터짜리 시유와 우유 속 제품이었는데 1리터짜리 시유는 가장 많이 유통이 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날짜가 쳐지면 바로바로 빼서 커피숍 같은 곳으로 그냥 소진되는 곳으로 물건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우유 속 제품은 제일 잘 나가는 물건이기도 하지만 마트마다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의 성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매일매일 관리를 해야 한다. 사장님은 대학교 매점을 중간에 가는 동 선으로 짜 놓으셨는데 날짜가 쳐진 것들을 이곳에서 판매를 할 수 있게 하 기 위함이었다. 다행이긴 하지만 여기에 날짜가 쳐진 물건을 넣으려면 깐깐한 매점 실장님의 눈을 피해야만 한다고 했다.

마트에 오는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마트에 물건을 넣아야 하는 중간 상인들은 돈을 버는 것도 버는 것이지만 손해가 나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야 한다. 상권과 소비자 성향 파악에 실패를 하면 막심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과점 같은 거래처도 필요하다. 유통 기한이 얼마 안 남은 우유를 취급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빵이 더 잘 부풀어 오른다는 이유에서였는데 그래서 내 거래처 중 제과점이 두 군대가 있다. 모든 거래처들이 촘촘하게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느낄 만큼 거리와 용도에 맞게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대형마트에 물건을 넣는 일은 언제나 30분 이상 소요된다. 금액도 다른 작은 슈퍼에 비하면 10배에 달한다. 이 대형 마트 사장님은 우리 사장님에게 주지 못한 돈이 있어서 언제나 미안해하신다.

이 마트를 뒤로하고 가는 곳은 바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다. 이곳에 오전에 돌면서 생긴 날짜가 쳐진 우유들을 넣는다. 오늘은 네 박스를 넣어 달라고 했다.

보통 우리가 생각을 했을 때 유통기한이 일주일 정도 남았다 싶으면 과감하게 빼서 커피숍으로 물건을 돌린다. 불안요소를 일찌감치 제거하는 것이다. 물론, 커피숍 점주도 이 사실을 알고 물건을 받는다. 서로의 상황을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조금 싼 가격에 거래를 한다. 이 프랜차이즈는 본사들끼리 거래를 한 것이기에 시흥시에 생기는 같은 브랜드들이 전부 다 우리 거래처가 되는 구조라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났다.

이제 신천동의 마지막 거래처 베이커리로 향한다. 제빵사 같지 않게 잘생긴 외모를 가진 사장님의 첫인상은 매우 무뚝뚝했다. 손가락으로 우유의 수량을 알려주시는 이분은 날짜가 지난 것도 쓰신다. 그래서 사장님이 이곳에 납품을 할 것들을 미리 아침에 챙겨 주셨다. 여기까지 납품을 마치면 이제 점심시간이다. 시간도 얼추 11시 반 정도로 적당했다.

기사 식당의 밥맛은 그저 군대에서 먹었던 짬밥보다는 낫고 학교에서 먹던 학식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도 고기반찬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벌써 4일째 먹고 있는데 주력 반찬에서 고기를 빼는 일은 없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나서인지 고기반찬이 없으면 엄청나게 허전했을 것이다.

사장님에게 무한으로 업무에 대한 내용을 듣고 헤어지며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신천동 일대에서 정왕동으로 넘어가기 전에 들려야 할 곳이 세 군대 정도 있는데 짜인 동선대로 다니는데도 아직 길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우유 일을 시작한 무렵은 무더운 8월 중순이었다. 무더운 여름이었는지라 마트에서 날짜가 지나서 뺀 시원한 우유는 나의 갈증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 기에 충분했다.

반품 중에 혹시라도 쾌변이 나오면 입으로 바로 직행을 한다. 사장님한테 배운 것인데 비슷한 제품 중에 가장 고급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변비에도 탁월하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곳들과 동 떨어져 있는 거래처 하나를 돌고 나면 나는 이제 대부도로 이동한다. 이동 시간이 이 삼십 분 정도 되는데 이때가 일하면서 제일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이다. 라디오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달아올랐던 몸의 열도 식힐 수 있어서 좋다.

넓은 도로를 내 달리며 대부도로 향한다. 다른 사람들은 주로 놀러 가는 곳을 나는 일을 하러 간다.

이곳에 있는 매장은 나름 마트를 영리하게 운영하는 사장이라고 사장님이 알려줬었다. 온전히 이 마트를 오기 위해서 30분을 달려온 것인데 매출이 좋아 사장님이 공을 많이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일가친척이 운영하는 곳이 정왕동을 포함해 세 곳이나 더 있었다. 이 마트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마트가 하나가 있긴 있는데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더 많다고 했다.

대부도나 정왕동 일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2교대나 3교대로 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밤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집 앞에 있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사장님이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다. 제품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여기서 밖에 사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왕동의 거래처들은 대체로 마진율이 좋고 제품도 잘 빠진다.

시장이 멀어서 신선한 야채를 살 곳도 별로 없다. 이 마트는 야채를 핵가족화된 손님들이 사기 좋은 양으로 다듬어 팔아서 다른 마트와 차별화를 이루었다. 혁신적인 과정을 거쳐 다른 마트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정왕동 대부분의 마트들은 신천동과는 다르게 대체로 장사가 다 잘되는 곳이 많았다. 오전에 워밍업을 했다면 여기서부터는 돈을 좀 벌어야 하는 곳인 것이다. 그리고 대학교 매점이 화룡정점을 찍는다.

대부도를 나와 마트 하나를 돌고 커피숍 하나를 더 돌고 나서 대학교 매점으로 향한다. 다른 곳보다 가격이 조금 싸게 들어가지만 학생들이 빵과 함께 우유를 2000원에 먹을 수 있어서 우리 제품뿐만이 아니라 유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잘 나가는 곳이다.

시흥에 위치한 직업전문 대학교였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지만 학생들로 붐비는 틈을 뚫고 들어간다. 그 무리 틈에 끼여 꼼꼼하게 살핀다.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을 이곳에 넣기 위해 오전부터 고군분투를 했었다. 물론,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모아 온 제품들은 여기서 안 팔리면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날짜가 임박한 것들이기 때문에 도 아니면 모라는 식으로 모험을 걸어야 한다.

사람들이 오해를 해서 그렇지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판매해서는 안 되지만 먹는 것은 괜찮다. 몇 날 며칠이 지났어도 보관만 잘 되어 있다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유 제품이다.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유 종류도 관리만 잘 되어 있다면 괜찮다.

유통기한이 짧은 수많은 제품 중에서 유난히 신경을 써야 할 품목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가공 우유이다. 가공 우유는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아도 변질될 우려가 가장 크다고 한다.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서 이기도 하고 소비자들이 먹을까? 말까? 하며 만지작거리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교육을 받았다. 잠깐 집었다가 놓는 그 짧은 순간에 온도 차이가 쌓이면 변질이 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민하게 살펴야 한다. 상한 우유라면 눈으로 보아도 팩이 부풀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흔들어보면 점성이 생겨 둔탁한 소리가 난다.

반품할 것과 가져올 것들을 정리해서 챙기는 대에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역시 가장 애를 써야 하는 곳이 맞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전에 사장님이 너무 날짜 짧은 것만 가지고 와서 내가 뭐라고 한 적이 많았어요.”

헐~~ 나도 지금 그거 하느라고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연됐는데 어쩌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하. 그러셨죠. 영업을 하다가 보면 어쩔 수 없게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개미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 당신도 물건을 그렇게 가지고 오시면 우리 같이 일 못해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었는데 오전부터 해온 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었다. 죄송하다며 날짜가 좋은 물건들로 다시 물건을 가지고 와야 했다. 이 문제는 내가 혼자 겪어내야 할 문제였다. 그리고 실장님에게 무엇보다 신뢰를 쌓는 것이 앞으로 뭔가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됐다.

“ 잘 봐주세요. 날짜는 정말 제가 신경 많이 쓰겠습니다.”

흰 우유는 2주 정도 가공우유는 열흘 남짓한 것이 유통 기한이다. 신선 제품에 들어가는 유 제품을 관리하고 유통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물건을 다시 넣어주니 실장님의 굳었던 표정은 밝게 변했다.

그렇게 나의 첫날 절반 정도의 영업의 결과는 세 박스가 넘는 반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시작이 되었다. 마음이 처음보다 많이 다급해졌다. 남은 다른 거래처에서 만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왕동은 신천동보다 장사가 잘 되는 가게들이 많다. 그나마 그것이 나에게 희망이었다. 남은 거래처를 돌며 열심히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우유 속 제품들을 넣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가르쳐 주신 마지막에서 두 번째 마트 중에 가장 잘 된다는 매장에 많은 양을 넣을 수 있어서 반품을 한 박스 정도만 들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대학교 매점 이후로 얼마나 고군분투를 했는지 영업소에 도착을 해보니 저녁 7시였다. 사장님과 둘이 다닐 때는 4시 반 정도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오후 일에 스텝이 꼬이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긴 걸렸나 싶었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몸보다도 내일이 너무 걱정이 되는 상황이 나를 괴롭혔다.

‘제발 다 팔리기만 해라.’

유쾌한 성격의 사장님은 늦게 들어온 나를 놀리기에 바빴고 그 와중에 반품이 많지 않다며 당분간은 꼭 자기가 체크를 할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 주민이 너를 따라다니며 일을 잘하는지 볼 필요가 없는 것이 반품 나오는 거만 봐도 다 안다. 우리 일이 그래.”

환영과 실재65 604 604 oil on canvas 2012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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