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갑상선.

95화. 갑상선.

by 번트엄버

95화. 갑상선.


“ 주민아. 나 심장이 이상해. 뛰다가 안 뛰다가 해.”

주현이의 맥을 짚어보니 맥박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걷는 것도 힘들어하는 것이 주현이의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 아침 먹고 가까운 병원에 가보자.”

식사를 대충하고 가까운 내과에 내원했다. 평소 감기 같으면 혼자 들어가게 했는데 오늘은 같이 들어갔다. 마주한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이야기했다. 의사 선생님은 가만히 청진기로 주현이의 심장 박동을 들었다.

“ 평소에 부정맥이 있었나요?”

‘부정맥이라면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었다는 것을 묻는 것인가?’

예전에 조명 일을 할 때 욱이 형이 협심증이 있다며 부정맥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 적이 있었다.

“ 아뇨. 외할머니가 부정맥으로 고생을 하신 적은 있어요.”

의사 선생님을 차트에 뭔가를 쓰시더니 피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바로 검사가 진행되었고 검사 결과도 바로 받아 볼 수 있었다.

“ 갑상선 항진증으로 의심됩니다. 혹시 최근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 몇 달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후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느꼈어요.”

극심한 스트레스라면 아마도 그때 받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 수치상 의심스러운데 대학 병원에 가셔서 다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소견서를 내어 주셨다. 만약에 갑상선 항진증이라면 여기 내과에서는 손을 쓸 수 없다는 말도 하셨다.

몇 년 전에 큰 누나가 갑상선에 종양이 생겨서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갑상선 제거 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누나가 수술을 하고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을 잠깐 가서 보고 왔을 때가 생각이 났다. 누나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가족들에게 거의 티를 내지 않았었다.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기 몸이 안 좋고 아파서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그냥 어른스럽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은 때때로 괜찮치 않다고 말할 용기도 필요하다.

우리는 바로 고대 안산병원으로 향했다. 차를 주차하고 접수처로 향했는데 병원의 풍경을 또다시 접하니 머리가 멍해졌다.

내분비 내과로 가라고 했다.

내분비 내과로 가니 검사할 것들이 많았다. 피검사도 다시 하고 심전도. 그리고 초음파와 x-ray까지 순서에 따라 검사를 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온 거라 대기 시간이 길었다. 두 시간 남짓 기다렸을까? 주현이 순서가 돌아왔다. 그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갑상선 항진증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료를 탐독하고 있었다. 갑상선 암만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 갑상선에 염증이 있어서 지금 항진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항진증이란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과도하게 나와서 몸을 힘들게 하는 증상이에요. 약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정도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시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화가 날 수 있어요. 이것 역시 갑상선 항진증의 증상입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주현이가 요즘 아무것도 아닌 일로 화를 내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나는 그저 조금 예민해져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질병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 어떻게 치료해야 돼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던 주현이가 입을 뗐다.

“ 일단, 약을 처방해 줄 거 에요. 그 약을 충실하게 드시고 갑상선 항진증은 쉬어야 낫는 병입니다. 마음속 스트레스도 관리를 잘하셔야 하고요.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몸이 닳아 없어질 만큼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주현이 몸이 그만 좀 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더 많은 부분을 도와줘야 될 것 같았다.

병원을 나오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 충재냐? 무슨 일이야?”

오랜만에 충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주현 씨 어때? 많이 좋아졌나 하고.”

근처에 살면서 때때로 술을 마시며 서로의 근황을 가장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보니 안부 차 연락을 했나 보다.

“ 글쎄다.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평소에 거짓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나다 보니 편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 이번 돌아오는 토요일에 뭐 일정 있냐? 소주나 한 잔 하게.”

예전처럼 치고 들어오는 녀석을 쉽게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도 언제까지 침잠되어 있을 수도 없었다.

“ 그래. 주말에 별일 없으면 보자.”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 사내 녀석들을 전화로 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 그래. 연락하자.”

오랜만에 걸려온 충재의 전화도 그러하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주현이를 쉬게 했다. 밥도 차려주고 약도 먹이고 잠도 재웠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다 보니 갑자기 피곤해지기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아침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잠이 쏟아졌다.

장인어른의 투병 생활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현이가 투병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증상이 심하지 않아 약을 먹으면 거의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히니 의사 선생님의 말에 위로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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