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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리딩 Aug 28. 2022

あやうく一生懸命生きるところだった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한국 에세이 일본어 번역서

│미리 보기 및 리뷰 │



│오디오북 │





'모든 순간이 너였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함께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가 일본에서도 번역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목을 센스 있게 참 잘 지어서 각 히트 도서를 패러디한 각 분야의 신간을 자주 보게 되는데, '비전공자지만 원서는 읽고 싶어' 내 블로그명도 살포시 숟가락 얻은 케이스!:D 우리 감성, 우리 정서를 담은 K문학이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도 사랑받으며 많은 공감을 얻어 참 흐뭇하다. 사실 평소 에세이를 그다지 즐겨 읽지는 않는 편이라 구매를 망설였는데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커버 없이 저렴하게 중고 도서로 나온 데다 오디오북까지 있어서 읽게 됐다.   



頑張って!(ハイハイ、いつも頑張っていますよ)

ベストを尽くせ!(すでにベストなんですが……。)

我慢しろ!(ずっと我慢してきましたけど……。)  


열심히 해! (네네. 항상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최선을 다하란 말이야!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

참아! (줄곧 참아왔는데요…….)

p.8




출처 : 어쩌다 어른
한국인의 심리



저자는 결과 중심주의의 한국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과 비교에 내몰린 '흙수저'와 '을'의 고단한 삶에 문득 정신을 차린다. 소모되는 매일매일의 일상에 마침내 제동을 걸고 내면의 비명에 귀를 기울인다. 사회적 기대에 맞춰 다른 사람들처럼 정해진 수순대로 죽도록 달려온 40 여생에 쉼표를 찍어보니 어째서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불필요한 인간관계의 피곤함,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주택과 자동차의 구매 등 착착착 인생의 적기마다 달성해야 할 과제들, 성공에 대한 열망과 실패에 대한 불안,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인내와 노력을 강요하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한다. 


더 이상 죽도록 노력하며 살지 않으리! 물질적 풍요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주변의 시선에서 독립 만세를 선포해 자신의 가치와 방향을 찾으며 궁극적인 행복을 추구한다. 자신이 꿈꾸던 이상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패배자라 단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며 사랑하는 법을 터득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나치게 기대도 하지 말고, 인생에 정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오직 한 가지가 아니니까!



夢見たとおりに行かなくても、人生が終わるわけじゃない。

与えられたこの人生を生き続けるだけだ。

結局、今をどう捉えるかの違いだ。

꿈꾼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다.

결국, 현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다.


同じ人生なら「一生懸命」より「楽しく」

같은 인생이라면 '열심히' 보다 '즐겁게'

p.200, 284



갑과 을, 금수저와 흙수저로 편이 갈린 현실에서 패배감과 허탈감의 쓴맛을 맛보며 오늘도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많은 이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대변해 주기에 큰 사랑을 받은 작품 같다. 워낙 이런 종류의 도서가 넘쳐나다 보니 다소 내용은 진부하게 느낄 수 있는데 문체가 건조하지 않고 적당히 위트도 있는 데다, 중년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생의 깊이도 느껴지는 조언이 썩 괜찮았다. 비슷한 세대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묘하게 설득력도 있어 인생의 한복판에서 우왕좌왕 방황하는 어른이들을 쓰담쓰담 위로해 주고 보듬어 주며 친근감 느껴지는 글맛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빼곡한 활자 중간중간, 빤쯔 한 장으로 줄곧 버티는 털 복슬복슬한 주인공의 인생 달관한 듯한 독백이나 대화글과 그림체도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런 종류의 에세이가 수년간 베스트셀러인 걸 보면 역시나 이 땅에서 한국인으로서 복닥복닥 부대끼며 하루하루 살아내는 건 참 고달픈 것 같아 씁쓸하다. 저자처럼 아직 인생을 달관하지도, 쉼표를 찍을 용기도 없는 나는 내일 또 현실 속에서 허우적대겠지만, 경직된 어깨의 힘은 살짝 뺄 수 있겠다.


일본어 수준은 평이하고, 무엇보다 한국 문화에 관한 내용이라 서걱거리는 곳 없이 매끄럽게, 재밌게 잘 읽힌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을 일본어로 읽는 재미가 있는데 예를 들면 黑歷史(흑역사), カボチャに線を描き足せばスイカに見えるなんてことはない(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 オムチナ(엄친아), オムチンタル(엄친딸), ファッションの仕上げは顔だというじゃないか(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하지 않던가)가 있다. 그리고 저자가 평소에도 일본 문화를 즐겨 접하는지 무라카미 하루키, 일드 고독한 미식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만화 散歩もの 등도 언급해 일본인들도 친근감 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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