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원서 강력 추천, 2018년 서점대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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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콤투 츠지무라 미즈키사마(辻村深月様) 월드 (feat. 폭풍 칭찬)
대체 이 엄청난 명작을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매듭지어야 할지 아득하지만, 일단 침 튀겨가며 폭풍 칭찬부터 하자! 츠지무라 미즈키사마! 다이스키! 대체 이 작가님 뭐지? 어떻게 이런 대작을 쓸 수 있지? 천재야! 천재! 이런 어마 무시한 빈틈없는 구성과 섬세한 심리묘사, 눈을 뗄 수 없는 전개, 흥미진진한 판타지, 에필로그까지 방심할 수 없는 놀라운 반전의 반전, 사회 문제를 냉철하게 꼬집는 비판 의식, 눈물, 콧물 사정없이 쏙 빼는 감동까지 대체 빠지는 게 하나도 없잖아! 최애 작가 랭킹,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쿠다 히데오 님 나란히 옆자리로 올려드려야겠네. 이 책 분량이 무려 554페이지다. 서점 대상 1위작이란 타이틀 말고도 일본 내에서 워낙 인지도 높은 작가님이라 문예지며, 유명인들 추천 도서며 하도 자주 봐서 이 책 꼭 읽고 싶었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은 우리말로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 하물며 넘의 나라말인 일본어로? 무리지 무리! 객기지 객기!
근데 웬걸! 헉! 뭐야 이 대반전은? 오디오북이 19시간이라 완독 2주 예상했는데,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해서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새벽에서 아침, 저녁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독서 삼매경? 대체 이게 뭔 일?ㅋ 야르~ 인생 소설 등극! 피곤했지만, 행복했다! 이런 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무엇보다 웬만한 일드보다 훨씬 실감 나고 연기력 뛰어난 오디오북의 성우분들 정말 폭풍 칭찬해드리고 싶다. 책만 읽었다면 이 정도의 재미는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분위기에 따른 배경 음악, 다양한 효과음, 세밀한 심리 표현 정말 압권이었다. 이 작품은 필히 [도서 + 오디오북]의 조합이어야만 완전체가 된다.
■ 알흠다운 단행본 자태 감상하기
등장인물과의 싱크로율 200% 표지 일러스트 작가님도 정말 폭풍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구현해 냈는지... 책을 읽고 표지를 보니 우와~ 정말 감탄스럽다. 성(城) 안, 코코로의 방은 이런 느낌이겠구나... 내성적이며, 심약하고, 항상 주변 분위기만 살피느라 진땀 흘리는 코코로도 내용과 참 잘 어울린다. 예닐곱 살의 늑대 소녀는 생각보다 귀엽고. 거울에서 발하는 무지갯빛을 형상화한 홀로그램 제목도 이제 보니 센스 만점! :)
겉표지를 벗겨내면, 우오오오오~ 오리지널 커버로 최근에 출간된 '작은 아씨들'이 연상되는 진빨강 커버가 진짜 고급스럽다. 소설 속의 판타지 핵심 요소 거울과 열쇠의 배치도 훌륭하고! 그냥 이렇게 책장 아무 데나 꽂아두어도 단연 돋보이는 어깨 뽕 잔뜩 올라간 책등 좀 보게!ㅋ
참고로 문고본은 분량 때문에 두 권으로 출간되었고, 문고본 표지도 성 안의 코코로 방을 배경으로 하여 코코로와 늑대 소녀가 표현돼 있다. 원서 책값 감당이 안 돼서 평소 문고본을 선호하지만, 이 책은 정말 단행본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단행본 1권이나 문고본 2권이나 가격차도 많이 나지 않으니 되도록 단행본으로 구입하길 추천한다.
표지를 열면,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있는 늑대 소녀와 거울이 지면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두근두근~ 거울 속 주인공 일곱 아이들과 거울성 파수꾼 늑대 소녀! 책을 읽고 보니 일곱 명의 아이들 이름이 술술 흘러나온다. 왼쪽 제일 위에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키, 마사무네, 코코로, 늑대 소녀, 스바루, 우레시노, (다음 장 위) 후카, 리온
■ 소설의 재미와 묘미를 흠뻑 느끼고 싶다면! 바로 이 작품!
아무리 같은 서점 대상 1위작이라고 해도 이 작품은 단연 다른 작품과는 차별된다. 2004년부터 작년까지의 대상 작품을 살펴보면 평균 383점의 득표에 비해 이 작품은 무려 651점이나 얻었다. 분량은 차치하고, 따돌림과 집단주의란 일본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에 관한 소재에 음울하고 어두운 느낌이 들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그래도 역시 최다 득표 작품은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표현을 실감할 만큼, 마지막 몇 장 되지도 않는 에필로그까지 '헉ㅡ'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로 예상치 못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매료시킨다. 미스터리와 판타지, 우정, 사랑, 신의, 성장까지 골고루 즐기며 독자는 안타까움, 속상함, 슬픔, 분노, 긴장, 경악, 놀라움이 잘 어우러진 감정의 용광로를 거쳐 감탄과 감동의 종착역에 이른다. 독서의 스펙트럼이 좁아 늘 비슷한 종류의 책만 읽었던 탓인지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추리소설처럼 너무 과하거나 자극적이지도 않고, 일반 판타지처럼 너무 유치하지도 않으면서도 두 가지 요소의 재미를 더해 마지막까지 감동까지 안겨주는 명작 중 명작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작가가 뿌려둔 복선이 거둬지는 과정이 정말 예술이다. 헝클어진 실타래가 그녀의 손에서 술술 풀리듯, 여기저기 흩어진 퍼즐 조각이 능수능란한 솜씨로 착착 맞춰져 드디어 완성작과 마주했을 때 독자는 황홀감에 흠뻑 빠진다. 진정 독서의 재미와 묘미를 그야말로 제!대!로!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소설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선언하듯!
일본어 수준은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편의점 인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러브레터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대화문이 많고 문장이 짤막짤막하니 가독성이 좋아 읽기 쉬운 편이다.
■ 작품 속 또 다른 작품 찾기
이 작품은 좀 독특한 점이,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작품과 오버랩되는 점이 많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이 거울을 통해 이세계(異世界)인 거울 성으로 이동하는데, 흡사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의 나오는 소망의 거울을 통해 부모님과 만나게 되는 장면과 나니아 연대기에서 아이들이 옷장을 통해 나니아의 세계로 이동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성은 왠지 마법 학교 호그와트가 연상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 코코로는 주근깨투성이 스바루를 해리포터의 '론'에 비유하기도 하고, 나니아 연대기도 언급한다. 밀레니얼 세대인 작가 역시 성장 과정에서 두 작품을 통해 큰 영감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죽은 미오가 늑대 소녀가 되어 동생을 다시 만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헤어진다는 설정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죽은 아내가 남편과 아들과 만나기 위해 비의 계절에 찾아오는 내용과 유사한 면이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여주인공과 늑대 소녀의 이름이 같은 점도 흥미롭다. 실제 일곱 명의 아이들이 서로 다른 시간을 살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거울성에서 중학생이란 한 지점에서 만나 서로의 시간적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은 우리 영화 '동감'과 비슷하다. 그리고 스바루가 사용하던 워크맨이나 '꽃남(イケメン)', '짱, 완전'(チョウ) 같은 현대 신조어에 위화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20세기 말의 단편이 '응답 시리즈'를 소환해 추억 돋았다. '미래에서 기다릴게'라는 코코로의 대사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엔딩을 장식한 명대사다.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와 같은 동화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돼 책을 읽으며 다른 작품과의 유사성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 등장인물 및 줄거리
중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아 등교를 거부하게 된 코코로! 일종의 대안 학교 프리 스쿨 역시 등교를 거부하던 어느 날, 방 안의 거울을 통해 이동한 이세계(異世界)에서 늑대 가면을 쓴 소녀와 6명의 아이들과 만난다. 코코로처럼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모여 부여받게 된 미션은 소원의 방을 열 수 있는 열쇠 찾기! 열쇠를 찾게 된 아이는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다.
성안에서의 기본 규칙은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만 출입이 가능하고, 다섯 시 이후 성에 남아 있게 되면 늑대에게 잡아먹히며 그 시간대에 함께 성에 있던 아이들은 연대 책임으로 함께 벌을 받게 된다. 초대받은 5월부터 다음 해 3월 30일까지만 성에 올 수 있다. 정해진 기한 내 열쇠를 찾게 되면 그 순간부터 게임은 끝나고 성은 닫히며, 성과 관련된 아이들의 기억은 소멸된다. 열쇠를 찾지 못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성의 출입이 가능하며 기억은 유지된다.
성에 초대된 아이들은 중1 코코로(여,) 중3 아키(여), 중1 리온(남), 중2 후카(여), 중2 마사무네(남), 중3 스바루(남), 중1 우레시노(남) 모두 일곱 명이다. 코코로는 동급생 사나다에게 괴롭힘을 당해 극도의 공포를 느껴 학교는 물론 집 근처 외출조차 힘든 지경이다. 학교에서 교우 관계도 원만하며, 운동 신경도 좋고, 기가 드센 사나다는 그야말로 학교의 실세. 사나다의 왕따 놀이에 다른 아이들마저 암묵적으로 가담하고, 코코로는 외톨이가 된다. 다른 아이들 역시 저마다의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며 상처를 안고 있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경계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돈독한 우정과 연대로 이어지는데, 아이들은 과연 열쇠를 찾아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 당신에게 타인의 존엄성을 짓밟을 권리가 있는가?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아이들만의 방식으로 권력을 얻은 아이는 타겟을 정해 무자비하게 짓밟는다. 부모도 교사도 성인은 개입하기 힘든 견고한 작은 세상! 권력을 쥔 소수의 아이들은 가해자가 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소수의 아이는 피해자가 된다. 다수의 아이들은 주류에 편승하며 암묵적으로 집단 괴롭힘에 가담한다. 적극적으로 괴롭히지 않을지는 몰라도 괴롭힘을 묵인하고, 방관하며 무거운 죄책감을 슬쩍 내려놓기도 한다. 그런데 이 대다수의 아이들은 괴롭힘을 주도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악질이다. 이 대다수의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상황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주도 세력이 될 수 있는데, 포기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친구가 가족보다 소중한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집단에서 배제된다는 건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대동 단결하여 한 아이의 영혼을 죽이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면서도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정말 경각심을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은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의 무리에서도 별나고 튀는 아이를 서슴없이 왕따 시킨다는 점이다. 마음속에 자리 잡힌 타인에 대한 위화감은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부지불식간 날이 선 행동으로 나타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배려'다. 그 누구도 타인의 존엄성을 짓밟을 권리는 없다.
こじょう【孤城】
敵軍に囲まれ、援軍の来るあてもない城
고성
적군에게 둘러싸여, 아군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성
- かがみの孤城 , 들어가며-
■ 진정한 어른의 부재와 기댈 곳 없는 아이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살펴보면 저마다 특색이 있다. 아이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며 한숨과 질책으로 일관하는 부모, 아이를 버리고 포기하는 부모, 재혼 후 무관심한 부모, 잃은 자식에 대한 슬픔으로 남은 자식을 멀리하는 부모, 자신의 욕심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부모 등, 문제 아이들의 뒤에는 항상 문제 부모가 있다.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아이들은 세상으로부터 따뜻한 손길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한다. 가장 처음 접하는 가정이란 사회 속에서 올바른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란 다음 단계에서도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튕겨 나가기 쉽다. 세상이 문제아라고 낙인찍었던 아키가 사메지마 선생님의 사랑으로 기타지마 선생님이 되어 주인공들을 보듬어 주어 다시 일으켜 세웠듯, 소위 문제아라는 아이들에게는 단지 열린 마음으로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따뜻이 안아줄 누군가가 필요할 뿐이다. 지독히도 외로운 자신만의 '외딴성'에 갇힌 그곳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소설은 해피엔딩이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새드엔딩이 많아 씁쓸하다.
■ 우선! 읽고 싶은 츠지무라 미즈키 님의 다른 작품
읽고 싶어 꽉꽉 채워둔 도서 목록 중 하나였던 ツナグ의 저자이기도 한 '츠지무라 미즈키 님'. 신기방기! 다양한 문학상 수상에 다작까지 겸해 팬심 솟는 독자는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다. 야후 재팬에서 검색해 보니, 소설 속의 인물이 여기저기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읽는 도서 순서도 정해져 있단다. 우선, 꼭 읽고 싶은 4권 추려봤다. 다음 작품도 어떤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할지 기대 만발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