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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우 Aug 18. 2021

모항과 기항항의 정의

떠 다니는 섬, 크루즈 여행 이야기

세계 크루즈 시장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관광객 대비 연평균 5.0%의 성장률 속에 2019년 약 3천만 명의 크루즈 승객이 발생한 것으로 국제크루즈선사협회에 의해 발표되었다. 세계 크루즈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배경에는 아시아 시장 그중에서도 중국 크루즈 시장의 성장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크루즈 시장의 변방국에서 2016년 중국의 대표 1선 도시인 상해, 텐진, 광저우, 선진 및 2선의 여러 해안도시에서 무려 18척의 크루즈 선들이 모항으로 운항되면서 중국 크루즈 시장이 관광객 대비 세계 2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웃 중국 크루즈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은 국내 크루즈 시장은 아시아의 대표 기항지로 부상하는 전기를 맞게 된다.


이처럼 크루즈 시장은 기능 및 목적에 따라 모항(Home Port), 기항항(기항지, Port of Call) 및 준모항(Inter Port)의 유형으로 구분된다. 크루즈 산업을 연구하는 기관 및 선행 연구자들에 의해 구분된 크루즈 시장의 유형별 명칭이 일부 다르게 설명되었으나, 오늘날에 이르러  모항, 기항지, 준모항으로 표준화되어 불리고 있다. 크루즈 시장의 유형별 정의 및 기능은 다음과 같다.

  


모항은 크루즈 여행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으로 공항과 매우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승객들의 승선 수속을 담당하는 체크인 데스크를 비롯해서 수화물 위탁 장소와 수취대 및 출입국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용 크루즈 터미널을 갖추고 있다. 물론 전용 크루즈 터미널의 운영을 담당할 전문인력 또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한편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수천 명의 다국적 승객들이 모이는 장소이므로 공항과 기차역 주변에 위치해 있어야 하며, 다양한 대중교통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모항은 여행업의 아웃바운드와 같은 목적으로 운영되는 크루즈 시장이다.


대표 크루즈 모항은 세계 최대 크루즈 시장이 형성된 북미를 비롯해서 남미, 유럽, 아시아 및 호주 등의 주요 해안도시에서 운항되고 있다.



북미 크루즈 시장의 대표 모항은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마이애미항(Port Miami), 캐너브럴항(Port Canaveral), 에버글레이드즈항(Port Everglades)이다. 이 세 곳의 크루즈 항들은 관광객 대비 세계 3대 크루즈 모항으로 한 해 천만 명에 가까운 크루즈 관광객들이 승선하는 지역이다. 한편 푸른 빙하와 대자연의 감동을 선사하는 알래스카 크루즈의 관문 시애틀항(Port of Seattle), 미국 중남부 지역의 크루즈 허브로 텍사스주에 위치한 겔베스톤항(Port of Galveston), 과거 대서양 횡단 크루즈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북동부 교육의 도시 보스턴항(Port of Boston)과 뉴욕 맨해튼항(Port Authority Passenger Ship Terminal), 뉴저지주 베이온 시에 위치한 케이프 리버티 크루즈항(Cape Liberty Cruise Port) 및 미국의 수도 와싱톤 DC와 메릴랜드주를 대표하는 볼티모어항(Baltimore Cruise Port) 등이 북미 크루즈 시장을 대표하는 모항이다.


남미를 대표하는 모항은 커피 생산량 세계 1위의 도시이자 브라질의 최대 도시 상파울루 산토스항(Port of Santos), 높이 710m의 코르코바도 산 정상에 우뚝 선 '구세주 그리스도상'의 랜드마크와 삼바의 도시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항(Port Rio de Janeiro), 탱고 마스터의 화려한 춤 솜씨와 스테이크 빠리야(Parilla)의 깊은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항(Port Buenos Aires), 대자연의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생태 박물관이자 진화의 땅 갈라파고스 제도 크루즈의 출발점 산크리스토발항(San Cristobal)과 발트라항(Baltra) 및 세상에서 가장 외딴 대륙 하지만 모두가 한 번쯤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하는 ‘백색 대륙' 남극 크루즈의 관문 칠레 산티아고의 발파라이소항(Port of Valparaiso)이다.


유럽의 대표 모항은 영국 런던 근교에 위치한 사우스햄튼항(Port of Southampton), 서부 지중해 노선의 관문이자 유럽 최대의 크루즈 시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항(Port of Barcelona),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자 바닷길마저 로마로 통하게 만든 치비타베키아항(Port of Civitavecchia), 동부 지중해 노선의 관문인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항(Port of Venice)과 서양 문명이 태동한 그리스 아테네항(Port of Piraeus), 북유럽 및 발트해 크루즈 노선의 허브항 노르웨이 베르겐항(Port of Bergen),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항(Port of Armsterdam) 및 덴마크 코펜하겐항(Port of Copenhagen)이 꼽힌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모항은 월드 투어 크루즈 선들의 관문이면서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메카로 알려진 싱가포르항(Port of Singapore)과 홍콩항(Port of Hong Kong)이다. 싱가포르항은 남쪽 비보 시티에 위치한 하버프런트 크루즈 터미널(Harbour Front Cruise Terminal)과 다운타운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마리나 베이 크루즈 센터(Marina Bay Cruise Center)가 모항으로 운영되는 명실공히 아시아의 대표 크루즈 시장이다. 홍콩항 역시 다운타운 침사추이 하버시티에 위치한 오션 크루즈 터미널(Ocean Cruise Terminal)과 초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을 위해 2013년 옛 공항 자리에 새로이 건설된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Kai Tak Cruise Terminal)이 세계 유수의 크루즈 선사들에 의해 모항으로 운항되고 있다.


한편 2010년부터 아시아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 크루즈 시장의 한 축으로 우뚝 선 중국의 대표 모항은 경제, 금융의 도시 상하이 다운타운에 구축된 상하이항 국제크루즈터미널(Shanghai Port International Cruise Terminal)과 2012년에 건설되어 중국 크루즈 산업의 메카로 성장한 상하이 우송코우 국제크루즈터미널(Shanghai Wusongkou International Cruise Terminal)을 관할하는 상하이항(Port of Shanghai) 및 수도 베이징의 관문 텐진시에 구축된 텐진 국제크루즈항(Tianjin International Cruise Home Port)이다.


1990년 '크루즈 원년' 선포식과 함께 국적선을 출범시킨 일본은 수도 도쿄에 위치한 도쿄항(Tokyo Port)과 일본 제1의 해안도시로 성장한 요코하마항(Yokohama Port)에서 모항이 운영되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의 멋스러운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둘러싸인 호주 시드니항(Sydney Cove Overseas Passenger Terminal)은 오세아니아 크루즈 시장의 허브항이자 월드 투어 크루즈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인기 기항지이다.


기항항(기항지)은 모항에서 출항한 크루즈 선들이 승객들에게 관광과 쇼핑을 제공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목적지이다. 기항지는 대형 크루즈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접안시설 및 터미널을 갖추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도심 및 관광 명소로부터 가까운 위치에 구축되어 있다. 세계 유명 기항지의 공통점이자 현대 크루즈 시장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한편 기항지에서는 선박이 정박해 있는 동안 승객들에게 필요한 식음료와 운항에 필요한 물품 및 주유를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는 기항지는 여행업의 인바운드와 같은 목적으로 운영되는 크루즈 시장이다.


대표 크루즈 기항지는 세계 최대 크루즈 관광객이 유입되는 카리브해를 비롯해서 푸른 빙하의 땅 알래스카, 지구상에서 가장 길게 뻗은 안데스 산맥과 가장 긴 아마존강을 품은 남미와 '백색 대륙' 남극, 북극해에서 대서양으로 다시 지중해로 그리고 흑해로 이어지는 서양 문화의 기원지 유럽, 신흥 크루즈 시장으로 성장한 아시아 및 월드 크루즈 투어의 관문 호주 등 모든 대륙에서 운영되고 있다.


바다와 끝없는 백사장 그리고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카리브해의 대표 기항지는 고대 마야 문명의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크루즈 관광객들이 입항하는 멕시코 코주멜항(Port of Cozumel),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로써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선정된 세븐 마일 비치(Seven Mile Beach)의 그랜드 케이만 조지타운항(Port of George Town), 레게와 럼의 도시이자 과거 최대 설탕 생산량의 도시였던 자메이카 몬테고 베이항(Port of Montego Bay), 프랑스와 네덜란드 두 나라가 영토를 공유하고 있는 섬으로 마호 비치를 관통하는 점보 비행기의 아찔한 이착륙마저 관광상품으로 만든 세인트마틴항(Port of St.Martin-Marrten),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만든 카리브해의 진주 세인트토머스항 (Port of St. Thomas), 부호들의 호화 휴양지이자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바하마의 수도 낫소항(Nassau Bahamas Cruise Port), 도시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인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 후안항(Port of San Juan),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카리브해의 영국' 바베이도스 브리지타운항(Port of Bridge Town), '하나의 행복한 섬'을 추구하는 카리브해의 오아시스 아루바 오랑예스타트(Aruba Cruise Terminal)이다.


북미의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기항지는 푸른 빙하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서 목격되는 알래스카 트레이시 암(Tracy Arm), 클론다이크 골드러시(Klondike Gold Rush) 시대를 재현한 건축물과 광부들의 발자취가 생생히 남아있는 알래스카 스캐그웨이(Skagway), 알래스카 주의 주도이면서 관광, 교통,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한 주노(Juneau),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함께 하이테크 산업으로 북부 캘리포니아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샌프란시스코항(Port of San Francisco), 엔터테인먼트 신화를 탄생시킨'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항(Port of Los Angeles), 멕시코 크루즈 시장의 대표 모항이자 기항지로 성장한 ‘태평양의 신데렐라’ 엔세나다항(Port of Ensenada)이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하와이서의 대표 기항지는 하와이주 최대 도시인 호놀룰루 오아후(O'ahau), 해발 3,000미터에 위치한 산 정상이 마치 달 표면과 같은 할레아칼라 국립공원(Haleakaka National Park)의 마우이(Māui), 어린아이들이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잔잔한 해변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높은 파도가 있는 해변에 이르기까지 80킬로미터에 이르는 백사장이 섬 주변으로 둘러싸인 카우아이(Kaua’i) 섬이다.


한편 북미의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기항지는 유럽의 감각이 물씬 풍기는 세련되고 매혹적인 캐나다 퀘벡항(Port Quebec), 하늘 아래 불타오르는 가을 단풍의 색조가 너무나 아름다운 캐나다 노바스코샤 핼리팩스항(Port Halifax), 북미 동부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을 뽐내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뉴포트항(Newport Harbor)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기항지는 예술가의 도시이자 프랑스 파리의 관문인 르아브르항(Port of Le Havre), 프로방스의 매혹적인 항구도시 마르세유항(Port of Marseille), 베수비오 화산의 두 봉우리가 마주 보이는 이탈리아 남부의 대표 미항 나폴리항(Port of Naples), 수많은 역사적 침략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메시나항(Port of Messina), 마치 가을 단풍처럼 붉고 노란 집들이 늘어선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어촌 마을 포르토피노항(Port of Portofino),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고향 북부 이탈리아의 해안도시 제노바항(Port of Genoa), 손기술이 뛰어나 진짜 진주보다도 더 아름다운 진주 공예품이 생산되는 유럽인들의 휴양지 스페인 팔마 데 마요르카항(Port of Palma de Mallorca), 드넓은 해안가와 도심이 하나로 연결된 스페인 말라가항(Port of Malaga), 제2의 구겐하임 박물관이 들어선 스페인 빌바오항(Port of Bilbao),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온 듯 하얀색 벽과 파란색 지붕의 이아(Oia) 마을이 있는 그리스 산토리니항(Port of Santorini), 평화의 상징인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항(Port of Oslo), 웅장한 피오르드를 품은 작은 항구 노르웨이 플롬항(Port of Flam), 송네 피오르드의 시작점 노르웨이 숄덴항(Port of Skjoden), 한여름 밤에도 태양이 내리쬐는 백야의 도시이자 오로라의 장관이 목격되는 북부 노르웨이 트롬쇠항(Port of Tromsø), 과거 2세기 동안 제국의 수도에서 진정한 문화의 수도로 우뚝 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항(Port of Saint Petersburg), 수많은 교량으로 14곳의 섬과 섬이 연결된 북유럽의 베네치아 스웨덴 스톡홀름항(Port of Stockholm), 모던함에 세련미까지 더한 핀란드 헬싱키항(Port of Helsinki), 고풍스러운 중세시대의 올드 타운과 채식주의자들의 성지로 알려진 에스토니아 탈린항(Tallin Estonia Cruise Port) 등 그야말로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기항지들로 가득 찬 지역이다.


비록 크루즈 역사는 짧지만 아시아에도 많은 기항지들이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관문 클랑항(Port Klang)과 페낭항(Port of Penang), 태국의 대표 휴양지 섬 푸켓항(Port of Phuket), 대만 타이베이의 관문 기륭항(Port of Keelung)이다. 1989년 동북아시아에서 국적 크루즈 선사를 가장 먼저 육성한 일본의 대표 기항지는 요코하마 다운타운에 조성된 요코하마항(Port of Yokohama), 푸치니의 대표작 중 오페라 나비부인의 모티브로 소개된 나가사키항(Port of Nagasaki), 규수의 제1 도시 후쿠오카 하카타항(Port of Hakata) 및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의 나하항(Port of Naha) 등 일찍이 28개 해안도시에 현대적 크루즈 터미널을 구축한 결과 현재 아시아 최대 기항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국내에도 아시아의 대표 크루즈 기항지로 성장한 제주항을 비롯해서 전용 크루즈 터미널이 최초로 구축된 부산항, 수도 서울의 관문 인천항, 2012년 여수 엑스포의 개장과 함께 완공된 여수항 및 2017년 완공된 속초항이 운영되고 있다.  


준모항은 주로 기항지 기능을 수행하면서 모항의 기능도 수행하는 크루즈 시장 유형이다. 준모항이 운영되는 가장 큰 이유는 크루즈 선사가 한 곳의 모항에서 전체 승객을 매 항차마다 모집하기 어려운 여건 때문이다. 모항을 두세 곳으로 분산시킨 크루즈 선사는 한 곳의 모항에서 모든 승객을 모집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게 되고, 승객들은 여러 국가 및 도시의 모항에서 승선함으로써 이동에 따른 경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된다. 준모항은 지중해 노선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와 북유럽 노선의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의 중소 도시에서 주로 운항되고 있다.  


준모항은 국내에서도 운영된 적이 있었다.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라인의 랩소디호가 2008년 중국 상해를 모항으로 부산항과 요코하마항을 준모항으로 운영된 사례다.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라인은 2010년과 2011년에도 준모항을 운영하였으나, 준모항 기능의 장점보다는 많은 단점들로 인해 준모항 운영이 중단되었다.



메인사진: 가고시마항 사쿠라지마 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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