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우 Aug 19. 2021

크루즈 텐더(Tender) 이야기

크루즈 용어 - Cruise Tender

크루즈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평소 여행하기 쉽지 않은 해안도시와 섬 국가를 방문하는 기항지 관광이라 할 수 있다. 짧은 기항지 체류시간 동안 승객들에게 보다 편하고 효율적인 관광을 제공하기 위해서 기항지는 일반적으로 도심과 관광지 주변에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대형 크루즈 선들이 입항 가능한 항만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기항지가 일부 지역에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대형 선박이 입항 가능한 선석 길이와 수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기항지 여건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10만 톤급 이상의 대형 크루즈 선박이 부두로 접안하기 위해서는 300미터 이상의 선석 길이와 최소 10미터 내외의 수심이 필요하며, 15만 톤을 넘어 20만 톤이 넘는 선박일 경우 선석의 길이와 수심도 더 깊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기항지 주변의 생태계 보전 및 환경보호 차원 때문이다. 대형 크루즈 선들이 입항 가능한 기항지 조건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 및 정부에서 항만 시설을 구축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처럼 기항지 터미널 및 부두로 직접 입항할 수 없는 크루즈 선들은 해안에서 좀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 앵커를 내리고 정박하며, 선사에서는 승객들을 작은 선박으로 기항지 부두로 이동시키게 된다. 승객들을 기항지로 실어 나르는 작은 선박의 영어 명칭이 '텐더 보트'(Tender Boat)라 하며, 선사에서는 이와 같은 운영을 '텐더' 또는 '텐더 서비스'(Tender or Tender Service)로 부르게 되었다.


케이만 아일랜드 Cayman Island
보라 보라 Bora Bora
텐더 서비스를 위해 바다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 선들


영어의 Tender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기 육질이 ‘부드러운’(tender meat)의 형용사, '입찰하다', ‘제출하다’의 동사, ‘돌보는 사람’ 또는 ‘간호인’의 명사로 쓰이는 단어이다. 크루즈 산업에서의 텐더는 '어디 어디에 참석하다'(to attend to)의 영어 동사인 tenden(텐든)의 어원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텐더 보트를 승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텐더 티켓을 수령해야 한다. 텐더 티켓은 모든 승객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선사는 텐더 티켓을 다음과 같이 승객들에게 배분한다.


가장 먼저 텐더 보트에 승선하는 그룹은 선사가 판매하는 기항지 관광상품을 구매한 승객들이다. 기항지 관광상품을 구매한 승객들에게 부여 되는 일종의 인센티브로써 선사의 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불 수 있다.


두 번째로 텐더 보트에 승선하는 그룹은 스위트룸 승객과 선사에 등록된 VIP 승객들이다. 이는 항공사의 비즈니스석 승객 및 마일리지 우수 고객에게 제공되는 기내 우선 탑승과 같은 우대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텐더 보트에 승선하는 그룹은 일반 승객들이며, 텐더 티켓은 텐더 기항지 도착 하루 전 또는 도착 당일 선착순으로 배분된다. 텐더 티켓에 대한 정보는 객실로 배달되는 선상 신문에 자세히 안내되며, 만약 텐더 티켓을 수령하지 못할 경우에는 텐더 티켓을 수령한 모든 승객이 하선한 다음 맨 마지막으로 텐더 보트에 승선하게 된다. 텐더 티켓을 수령한 모든 승객들이 하선하면 선내에서는 "티켓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승객들이 텐더 보트에 승선할 수 있다"(Now all tenders are OPEN for everyone" 또는 줄여서 "Opne Tender")라는 방송이 나온다.

 

텐더 보트 승선을 기다리는 선내의 승객들과 항구별 다양한 종류의 텐더 보트들

일반적으로 텐더 보트의 승선 인원은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300명까지 수용한다. 과거 선사에서는 선내에 구비된 구명선을 텐더 보트로 사용하였으나, 현대에 이르러 기항지 업체의 텐더 보트를 대여받아 운영하는 추세이다. 한편 일부 기항지에서는 기항지 업체의 텐더 보트를 반드시 대여받아야만 입항이 승인되고 있다.



크루즈선에 접안 한 텐더 보트는 승객을 싣고 기항지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기항지로 향하는 텐더 보트에서 바라본 크루즈선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기항지로 향하는 10분 남짓한 텐더 승선은 나름 스릴도 주지만, 간혹 뱃멀미를 하는 승객들이 있다. 필요하다면 미리 상비약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항지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승객들은 역시 텐더 보트를 이용하여 크루즈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기항지에서 크루즈선으로 돌아오는 텐더 보트는 선착순으로 승선한다.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은 텐더 보트 스케줄 특히 마지막 승선 시간을 꼭 확인하고 여유 있게 기항지 텐더 승선장에 도착해야 한다.   


대표 텐더 기항지는 카리브해 케이만 아일랜드항, 프랑스 니스항, 그리스 산토리니항,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보라보라 섬, 태국 푸껫항 및 주요 작은 섬에서 텐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주 외항 크루즈 터미널이 완공되기 전 많은 크루즈 선들이 제주 서귀포 화순항 앞바다에 정박한 후 선내 구명보트를 사용하여 화순항으로 입항한 텐더 서비스 사례가 있었다.


참고로 텐더 기항지는 일반 기항지에 비해 몇 가지 단점들이 있다. 모든 승객들을 하선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보통 1~2시간 소요되는 일반 기항지와 달리 텐더 기항지에서는 3~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단점이다. 더 큰 단점은 기항지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텐더 운영이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텐더 기항지에서의 특별한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항지 날씨를 사전에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글 사진 by 김선우

작가의 이전글 크루즈 기항지 여행 - 노르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