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중에 제일 아름다운 풍경

by 정미리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아주 오래된 노래다. 이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엉엉 울었던 적이 있다.


남편과 어린 두 아이를 세르비아에 남겨두고 나는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치료의 고통과 부작용은 심했다. 남편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으리라.

남편을 힘들게 하는 것은 항상 어지럽혀져 있는 집안이었다. 큰 아이는 9살 둘째는 6살... 어떻게 집안이 정리가 될 수 있을까?


남편은 퇴근 후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와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집안을 어지럽혔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남편이 레고 블록을 밟기라도 하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고 했다. 언제나처럼 놀고 있는데 화를 내는 아빠를 보며 아이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편이 가장 힘든 것은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은 물건을 찾는 일이었다. 특히 바쁜 아침 시간에 찾는 물건이 제자리에 없는 것은 남편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저녁 남편은 A4용지에 큰 글씨로 “제자리에”라고 써서 벽에 붙이고 사용했던 물건은 제자리에 두도록 아이들을 훈계했다고 한다. 그때 6살 딸아이가 아빠에게 말했다.

“근데 엄마는 왜 제자리에 없어?”

6살 딸의 맹랑한 질문에 남편은 어이가 없어 웃었고 나는 울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오래된 이 노래 가사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 것 같다.

힘겹게 치료를 받던 어느 날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나는 딸아이의 질문이 생각나 한참을 울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이 너무 그리워 엉엉 소리가 나도록 울었다.

내가 있었던 그 자리,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모두에게 자기 자리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안심되는 일이다. 회사에서든 가정에서든. 항상 놓여있던 작은 화분도 사라지면 어쩐지 아쉬운 것은 그 자리가 화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자기 자리가 있다는 것 ,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이 세상 풍경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암과 싸우고 있지만 나는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 내가 가장 안심되고 빛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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