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데 내 차 앞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는 할머니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우리 마을은 중산간에 위치해 있다 보니 농사짓는 어르신들이 많고 동네가 한적하고 조용했다. 얼마 전 시내로 연결되는 도로를 여러 갈래로 만들었지만 가끔씩 차들이 지나다닐 뿐 여전히 한산했다. 그래도 마을안쪽으로 도로가 생기다 보니 사거리마다 신호등이 설치됐다. 나는 신호등 앞에 차를 멈출 때마다 사람도 차도 지나지 않는 이 길에 신호등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할머니를 태우고 멋지게 오토바이를 운전하시는 할아버지 채면을 생각해서 나는 추월하지 않고 천천히 따라갔다. 앞서 가던 오토바이는 교차로 신호등 앞에 멈췄다. 어느 방향으로도 딱히 차가 오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빨간 신호등 앞에 우직하게 멈춰 섰다. 그때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는 듯 팔을 뻗어 자꾸 오른쪽으로 휘젓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앞으로 가도 된다며 팔을 앞으로 휘젓었다. 두 분은 그렇게 오토바이를 위에서 귀여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평생 저렇게 살았으리라. '오른쪽으로 가야 맞다!' '아니다 앞으로 가야 한다.' 두 분의 나이만큼 그렇게 서로 엇갈리는 길을 제시하며 서로 답답하다 가슴 치며 그렇게 여기까지 함께 왔을 것이 분명했다. 나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산 그분들의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할아버지는 본인이 뜻대로 앞으로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할머니는 심술이 난 얼굴로 더 힘을 줘서 할아버지의 허리춤을 잡아당겼다. "부웅" 하고 요란하게 출발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할아버지의 말릴 수 없는 고집 같았다.
그분들이 얼마나 자주 실랑이를 벌였든 할아버지 오토바이 뒷자리는 항상 할머니의 자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언제나 고집 센 할아버지의 허리춤을 잡고 조수석에 앉았을 것이다.
오늘 하루에도 그분들은 또 몇 번의 귀여운 실랑이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살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주욱 살아주시길.
어느 날, 부부의 연이 다해 할아버지가 먼저 간다면 할머니는 이 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할 것이다. 또 할머니가 먼저 간다면 할아버지의 오토바이 조수석은 얼마나 허전할까? 더 이상 고집부릴 이유가 없으니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도 힘을 잃을 않을까? 그때 너무 아쉽지 않게 오늘도 시끄럽게 요란하게 연애하듯 사셨으면 좋겠다.
세상에 몇 안 되는 부부들처럼 알콩 달콩 살지 못해도 날마다 투닥투닥 실랑이를 벌여도 그렇게 함께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을 보듯 멀어져 가는 오토바이를 한참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