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생각나는 뜨거운 마음 1

어린 딸과 눈치 없는 아빠와 화가 난 엄마가 정답게 서 있었다.

by 정미리

자주 가는 공원으로 운동을 갔다. 공원을 몇 바퀴 돌고 계단을 오르다 반가운 풍경 앞에 걸음이 멈춰졌다.

6살쯤 되어 보이는 딸과 아빠가 가위바위보를 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적 나도 자주 했던 그 놀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계단을 올라가는 정겨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빠는 가위바위보를 연속해서 이기며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마음과 달리 계속 지기만 하는 어린 딸은 저만치 올라가는 아빠를 미운눈으로 쳐다봤다. 한발 물러서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그런 남편이 답답한지 남편을 향해 인상을 구기며 복화술로 말했다.


“그냥, 져 주라고!”

그러나 눈치 없는 아빠는 의도치 않게 계속해서 어린 딸을 이겨버렸다.


자꾸 이기는 아빠가 미운 걸까? 아니면 이기지 못하는 자신이 미운 걸까? 어린 딸아이는 이제 한 번만 더 지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릴 얼굴이다. 그런 어린 딸의 마음을 눈치챈 엄마는 딸을 등지고 뜨거운 화를 꾹꾹 누르며 아빠에게 말했다.


“당신이 늦게 내라고 그래야 당신이 지지!!!”


그런 엄마의 협박에도 눈치 없는 아빠는 또 이기고 말았다.

의도치 않게 자꾸 이기는 아빠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어린 딸 그리고 복화술로 밖에 말할 수 없는 엄마가 봄 햇살아래 정답게 서 있었다.


문득, 저 어리고 예쁜 딸아이를 위해 가위바위보를 져 주는 것이 좋은 걸까? 아니면 이기는 것이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남편과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낮에 본 이야기를 해주며 물었다.

"그 예쁜 딸아이를 위해 가위바위보를 이기는 것이 좋은 걸까? 아니면 져주는 것이 좋은 걸까?"

남편은 운전대를 잡고 앞만 보며 무심히 대답했다.

" 아빠가 이기면 아이는 세상을 알 테고 아빠가 져 주면 아이는 아빠의 마음을 알겠지!!!"


아....... 우문현답을 들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 대답 안에서 남편의 무거운 고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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