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소울푸드란 단어를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운이 좋은 날은 큰 마켓에서 배추를 만날 때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마켓직원이 먼저 나에게 다가와 ‘끼네스끼 꾸프스(중국배추)’가 들어왔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운이 좋은 날, 마켓 야채칸에는 우리나라 배추보다 작지만 싱싱한 배추 6 포기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아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배추를 본 순간 바로 싹쓸이할 것이다. 배추를 살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추가 나올 때 싹 다 사버려야 다음에 또 배추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몇 년이 지났는지 알 수 없는 고춧가루가 냉동실에 있다. 다른 나라로 이사 가던 교민이 주고 간 것이다. 어쩌면 그녀 역시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한국교민에게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제조 연도와 제조국을 알 수 없는 오래된 오징어 액젓도 있다. 그 어떤 오래된 양념을 쓴다 해도 이 배추로 만들어진 김치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양배추김치는 아무리 정성을 들여 만들어도, 그것은 항상 고춧가루가 아깝단 생각이 들게 하는 맛이 났다. 쿰쿰한 젓갈에 빨간 고춧가루와 마늘이 버무려진 양념은 꼭 이 배추 속에 들어가야 내가 기억하는 그 김치 맛이 났다. 나는 신이 나서 야채칸에 있던 배추 6개를 몽땅 사고 낑낑거리며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내 머릿속에선 이미 김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매콤하고 아삭한 새 김치를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저녁에는 먼저 겉절이를 해서 먹을 것이다. 마침 우리 집에는 코찬스키 쌀이 있다. 한국쌀과 가장 비슷한 이 코찬스키 쌀이라면 분명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 날 것이다. 하얀 쌀밥 위에 빨간 김치를 턱 얹혀서 먹을 생각에 침이 고였다.
배추 6 포기가 든 시장가방이 무겁지 않은 날, 마음은 이렇게 몸을 이길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김치맛을 맛볼 수 있다는 기쁨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내 영혼을 충만하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 앞에 영혼이란 숭고하고도 고급진 단어를 붙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