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90편 쓰기가 목푠데요!

by 정미리

100일간 90편 쓰기, 나의 글쓰기 목표다.

날마다 글을 쓰기 위해 잡은 가열찬 목표였다. 날마다 해야 할 의무를 나에게 지우는 것. 그것은 100일간 글쓰기였다.


“ 브런치는 어때? 잘돼?” 저녁을 먹으며 남편이 물었다. 그도 블로그를 하는 남자였다.

“ 그냥 그래, 매일 한다는 게 쉽지 않네”

“구독자는 늘었어?” 그는 심지어 네이버 인플런서였다.

“ 딱 한 명 있어, 지난번에 한 명 더 있었는데, 이틀 후에 취소했더라고, 내가 감사하다고 인사를 안 해서 그런가?”


남편은 그냥 웃었다. 고등어 김치조림을 맛있게 먹으며.

날마다 꾸준히 뭔가를 하는 것은 어려웠다.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것들 , 잠자고, 두 끼 이상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핸드폰을 보고, 이 본능적인 행동을 빼고 내가 매일 하고자 했던 것은 글쓰기였다.


오늘 고등어 김치조림은 정말 잘 됐다. 푹익은 갓김치를 넣고 바글바글 끓였는데 내가 먹어도 맛있었다. 생선을 싫어하는 딸도 냄새를 맡더니 자기도 먹겠다고 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갓김치는 특히 기름진 생선을 만나면 그 냄새가 기가 막혔다. 갓 지은 밥을 만나면 두 공기는 거뜬히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나는 왜 글쓰기가 힘들까 생각해 봤다. 본능을 거스르기가 힘든 이유는 내 글을 읽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를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또다시 타인을 향하고 있었다. 인정과 칭찬이 있다면 글쓰기는 본능이 될 수 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100일간 90편의 글을 쓸 수 있을까? 오롯이 나만을 위해..... 그러고 싶다.


나의 글쓰기가 오늘 밥상 같으면 좋겠다. 잘 익은 갓김치와 싱싱한 고등어가 만들어낸 찐하면서도 시큼한, 밥을 부르는 그 맛, 나도 먹고 배부르고 너도 먹고 배부를 수 있는 그런 맛이 나는 글쓰기면 좋겠다. 생선을 싫어하는 딸을 식탁으로 부를 수 있는, 코까지 행복해지는 글쓰기를 상상해 본다. 과한 욕심은 잠깐씩 무모한 상상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한편이 글이 한 사람을 배부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시나 에세이를 읽으며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습작들이 먼저는 나를 배부르게 했으면 좋겠다. 내가 먹고 배부르다면 나는 내일 또 본능처럼 한 편의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먹고 싶고, 먹고 배부른 밥상 같은 글을 쓰는 날을 고대한다. 또 먹고 싶은 것처럼 본능처럼 글이 쓰고 싶어질 날들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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