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건 병원과 장례식장이었다.

by 정미리

6시

병원에 가야 해서 일찍 일어났다.

4년째 한 달에 2-3번 서울병원에 간다.

나는 시내에서 떨어진 중산간 마을에 살아서 비행기를 타고 병원으로 가려면 새벽부터 준비해야 한다.

베란다 문을 여니 밖이 어스름하니 공기가 차가웠다. 어둠이 길게 머무는 초가을의 새벽이었다.


6시 30분

집을 나서면 도로에는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차들이 많다. 병원을 갈 때마다 세상엔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된다.


6시 50분

시내로 들어서자 불이 환하게 켜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 건강검진으로 유명한 병원인데 건물 3층을 통째로 다 쓸 만큼 큰 병원이다. 이른 새벽부터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조금 더 달리자 5층 전체가 환한 건물이 보였다. **장례식장. 시내에서 가장 큰 장례식장이다.

지난주에 아직은 젊은 생명을 새벽에 떠나보낸 사실이 아프게 떠올랐다.


7시가 되자 세상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 새벽에 환하게 불을 밝힌 건물이 더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 산자들이 모인 병원과 죽을 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장례식장이란 사실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고 다짐하고 떠나보내는 시간, 새벽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살기 위해 이 새벽을 달리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 점점 환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