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 보이는 당신은......

나 같아서 .....

by 정미리

"들꽃이나 야생화를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사람 손!!! 당신들은 모두 50대 이상입니다. 맞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멘트에 웃음이 났다. 나 역시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 나이 쯤되면, 구석 진 곳에 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핀 들꽃이 보인다. 그 모습이 대견스러워 사진을 찍고 두고두고 보게 된다. 봄마다 계절마다 그늘진 구석에 핀 들꽃이 보인다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다는 수많은 뜻 속에 하나는 누군가의 삶이 헤아려지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슬픔이 헤아려지고 누군가의 애씀이 헤아려지는 사람이 어른이 아닐까?


한국에서 실력 있는 축구선수들이 유럽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중간단계로 동유럽의 세르비아로 왔다. 내가 그곳에 사는 동안 여러 축구선수들이 세르비아에서 훈련하며 유럽진출의 기회를 노렸다. 그들의 실력은 훌륭했지만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선 유럽리그에서 뛰었던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한창일 때 어느 시합에선가 한국팀이 이겨서 우리는 환호하며 열광했다. 그러던 중 나는 함께 축구경기를 보던 그 선수들의 얼굴을 보았다. 얼마나 간절하게 티브이 속 저 그라운드에서 뛰기를 원하는지가 보였다. 기쁘지만 기뻐할 수만 없었던 사람의 솔직한 얼굴이었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화려한 무대에 오를 수 없어 무대뒤에서 박수치는 인생이 있음이 헤아려지는 것, 그 얼굴에 남은 땀과 눈물이 헤아려진다면 어른이 된 것이 아닐까?


내가 오랜 시간 그렇게 무대 뒤에서 박수를 쳐왔기 때문에 그 슬픔이 헤아려지는 것이다. 그 간절함이 헤아려져 같이 아픈 것은 그만큼 내가 세상을 살아서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하다 보니 세상의 연약한 것, 어리고 미숙한 것. 초라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찌해 볼 수 없는 누군가의 슬픔과 눈물이 조금씩 헤아려진다.


어떻게 그 들꽃이 내 눈에 띄었을까? 구석진 그곳, 그늘진 그곳에 매년 피었을 그 꽃이 어떻게 올해는 내 눈에 띄었을까? 나 같아서 그랬을 것이다. 나 같이 연약하고 미미해서 내가 알아본 것이다.

그 생명을 알아봐 주는 것이 나를 알아봐 주는 것이기에 내가 기꺼이 알아봐 준 것이다.


무언가 초라한 것, 작고 평범한 것이 보인다면 그것은 나 같아서 그럴 것이다.

그늘에서 애쓰는 어떤 삶이 보인다면 무턱대고 안아주고 싶다. 그것이 나를 안아 주는 일이 기에.

나 같아서.... 오늘 내 눈에 밟히고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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