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줌마의 마음으로

살아 남은 꽃에게 물을 준다.

by 정미리

세계 2차 대전

유럽을 차지한 히틀러는 마지막으로 영국 본토를 공격했다.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처질은 시민들에게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일상적인 삶을 살도록 독려했다.


라디오에서 울려 퍼진 그의 말대로 런던시민들은 폭격 속에서도 다시 일상을 살아갔다.

전쟁의 승리의 비결은 엄청난 무기와 군대가 아니라 그저 다시 일상을 사는 것이었다. 당시 사진자료들을 보면 영국시민들이 어떻게 그때를 살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폐허 속에서도 우유를 배달하는 아저씨

무너진 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

무너진 잔해를 헤치며 출근하는 시민들

변함없이 일상을 살아내는 사진들 속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또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폐허가 된 정원에서 살아남은 꽃들에게 물을 주고 있는 한 아줌마의 얼굴이었다.

희망도 절망도 기쁨도 슬픔도 거절한 듯한 초연한 얼굴. 일상의 얼굴이었다.

날마다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꽃을 가꾸는 삶은 포기일까? 패기일까?

아마 그것은 일상을 살아내려는 마지막 오기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있어 일상을 산다는 것은 하나님을 믿고 오늘 하루를 사는 것이다.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나의 연약한 인생길,

갈 수 없는 두려운 그 길을 다시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나의 일상을 사는 것이다.


힘이 나면 청소를 하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저녁밥을 만들고 아이들 교복을 빨아 널어본다.

남편과 영양제를 나눠 먹고 힘을 내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기도하며 감사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 연약한 생명을 선명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오늘 하루를 사는 것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감사이고 승리이다.


아침마다 살아남은 꽃에 물을 주는 영국아줌마의 마음으로

나를 둘러싼 상황을 딛고 오늘도 일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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