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고 파마도 하지 않는다. 물론 염색도 하지 않고 샴푸나 치약도 친환경으로만 쓴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는 야채가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따져본다. 김치와 고춧가루는 중국산일 거라 확신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 원산지 표기가 붙어 있는 벽을 찾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하루에 먹는 고기의 양을 생각하고 음식을 절제하고 날마다 운동을 하려 애를 쓴다. 이 외에도 내가 지키는 삶의 루틴과 까다로움은 아주 많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까지 다 생각해 낸다면 나도 내가 싫어질 지경이다.
내가 이처럼 구질구질하게 꼼꼼한 이유는 더 살고 싶기 때문이다
죽음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죽음을 마주 보며 걸어가려니 삶이 그만큼 간절해진다. 죽음은 어둡고 춥은데 삶은 한없이 따뜻하고 반짝거린다.
활기 넘치는 학생들과 지쳐 보이는 사람들과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우울한 젊은이들을 보며 그들에게 이런 반짝반짝하는 삶이 그들 편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삶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 웃고 더 뛰고 더 사랑하라고 한번 더 손을 내밀라고 그냥 용서해 주라고.
반짝거리는 삶을 한껏 껴앉고 맘껏 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아름다운 삶이 죽음 앞에서 비로소 깨달아져서 슬프다. 그래서 더 힘이 난다.
한번 더 사랑하고 또다시 용서하고 모른 척 손 내밀어 볼 힘.
오늘도 나는 죽음과 함께 걸어간다.
반짝거리는 삶을 향해 눈을 고정하고 앞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