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옥이는 막 예뻣져!
80이 넘어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 그분들이 쓴 글을 모아 책을 낸 것이다.
어느 카페에서 이 할머니들이 쓴 글을 읽었다.
할머니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시작부터 부끄럽다는 말을 쉴세 없이 했다.
수줍고 부끄럽지만 진심이 가득한 그 얼굴들과 비뚤거리는 글씨들.
이 할머니들의 글은 마치 내게 인생을 들려주는 것 같았다.
어느 할머니는 자신이 살았던 옛날 집을 소개했다. 방과 마루와 부엌과 소를 키우던 마구간.
할머니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할머니 집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리고 한 동네 살았던 친구들을 소개했다.
"친구들은 우리 아부지 무서웡 우리 집에 오지 못허여, 산옥이, 은하, 고정자, 산옥이는 막 예뻣져"
'산옥이는 막 예뻣져'이 말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늘 경쟁하며 살았던 나는 '누군가는 막 예뻣져' 하는 말을 이토록 진심으로 하지 못했는데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깨끗하고 가득차게 말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어릴 적 친구들과 줄넘기도 하고 공기놀이도 하고 잔칫날 일 도와줘서 떡도 얻어먹었다고 했다.
그때는 가난해도 먹을 것을 많이 나눠줬다고 했다
할머니 글의 맨 마지막은 이랬다.
"다들 어떵 살암신고"
할머니 나이가 되면
싸울 일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고 다들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지고 애처롭고, 보고 싶고 그런가 보다
이런 넓은 마음은 시간이 지나야 만 가질 수 있을까?
서로를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 그저 보고 싶은 마음.
이토록 깨끗하고 가득찬 마음을 찬찬히 생각해 봤다.
지난번 검사에서 이상이 생겨 MRI 재검사를 받았다.
3주 동안 많이 긴장했고 떨렸고 슬프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도 하나님께 기도를 많이 했다.
어제 병원에서 괜찮다는 의사의 한마디에 그렇게 기쁘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지난 3주 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산옥이는 막 예뻣져! 말하며 살고 싶다.
다들 어떵 살암신고? 물으며 보고 싶은 마음, 애처로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