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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Aug 01. 2021

MBTI가 다 무어냐? 태초에 혈액형이 있었거늘

MZ세대들은 [ mbti검사 ]라는 것으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유형을 나누는 모양이지만 라떼에는 그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혈액형 되시겠다.

 

너는 혈액형이 뭐니?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미팅 자리에서 상대방을 탐색하기 위해 꼭 던지던 질문. 이 한마디면 상대가 어떤 성향인지를 눈 감고도 점쟁이처럼 읊어댈 수 있었으니 얼마나 대단하냔 말이다. 예를 들면


   A형   -  신중하지만 소심하다

   B형   -  유머러스한데 자기중심적이다

   O형  - 고집이 세고 단순 무식하다

   AB형 - 속을 알 수 없다


아마 이런 얘기도 있었지. 혈액형을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하지 않고 "왜? 뭐 같은데?"라고 되물으면 무조건 A형이라는 우스갯소리.


한때 서점에는 혈액형에 관한 책  코너도 따로 있을 정도였으니 옛날 사람들은 꽤나 혈액형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겨우 네 가지의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한다는 것이 얼토당토않은 일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데이터를 보면 또 그것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닌 것도 같은 게 웃기는 일이랄까.

거짓말쟁이 오빠를 보고 자라며 B형인 남자랑은 절대 만나지 말아야지 했건만 B형 남자를 만나 거짓말에 속아서 결혼까지 하게 된 것도 웃기다면 웃긴 이야기.


세대불문,
사람들은 왜 이런저런 방법으로
인간의 성향과 유형을 구분 지으려고 하나.


한글을 떼면서부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오로지 학업에만 몰두하느라 자아탐구를 할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이 뒤늦게 '나는 누구인가?'하며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욕구 플러스, 대가 어려질수록 점점 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진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동체와 연대의식이 중요한 한국인들이다 보니 너와 나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네가 어떤 사람이지 알고자 하는  이해의 결과물이 아닐런지.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서 사람을 어떠한 틀에 끼워 맞추고 예단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십대였던 때. 소년이 있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조심조심, 내 기분을 상하게 할까 전전긍긍. 그 아이의 혈액형이  A형이라길래 '그럼 그렇지. 그래서 그렇게 소심했군.' 했다. 나중에서야 소년이 까칠함과 반항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모임을 주도하는 인싸 중에 핵인싸임을 알고 어찌나 놀랐는지.


사람은  하나의 우주와 같다. 혈액형도 MBTI도, 복잡미묘한 그 우주를 알아가는 약도, 또는 재미있는 별책부록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덧.

너도나도 유행이라길래 인터넷에서 무료 MBTI 검사를 해보았다. 그래 네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정확한지 어디 한 번 보자 했는 .. 어머어머 이거 완전 나잖아!

동네방네 내 MBTI 결과를 말하며 호들갑 떨었다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검사는 신빙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말을 듣고 머쓱해졌다는 뒷이야기.

별 수 있나. 알면서도 자꾸 속게 되는 나는 단순무식한 O형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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