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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Aug 19. 2021

이건 다 내가 먹을 거야. 다 내꺼야!

식구라고는 달랑 둘 뿐인데 이 둘의 식성이 극과 극이다.

나는 생선구이, 생채소, 나물류를 좋아하고 남편은 육고기를, 그것도 굽고 볶고 튀긴 것만 좋아한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나는 잡곡밥과 된장찌개를 남편은 흰쌀밥과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식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요리 담당인 나로서는 밥상을 차리는 것이 늘 고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남편이 먹는 음식으로만 밥상을 차리는 것이 당연해졌다.  




올해 유난히 병원에 갈 일이 많았다. 몸이 고장 나고 있음을 느끼면서 그동안 내가 나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반성했다. 나를 아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결심한 일은

나를 위한 밥을 먹는 것


선천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한 내가 십 년 가까이 남편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음식들만 먹었으니 속이 멀쩡할 리가 만무했다. 위염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변비를 달고 살았다. 그렇다고 남편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먹자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취향에 맞는 메뉴를 준비한 날, 식탁 앞에서 먹을 게 없어 깨작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둘 다를 위한 밥상을 차리자니 퇴근 후 체력이 따라 주지 않았다. 그나마 편식을 하지 않는 내가 포기하는 편이 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기로 했다. 그래서 자기 전 마켓 컬리 앱을 켜고 주문을 했다. 전부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두부 반 모

시판 청국장

진미채 무 한 팩

방울토마토 500g

사과

그리고 주부로서 이런 것을 사 먹는다는 게 왠지 죄책감이 들어 그동안 클릭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건강 도시락까지.

 참, 아이허브에서 베스트셀러라는 유산균도 두 통.


남편은 사 먹든 옆에서 한 술 뜨든 알아서 먹게 내버려 두고 내일은 나를 위한. 오직 나만을 위한 상을 차릴 거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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