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선구이, 생채소, 나물류를 좋아하고 남편은육고기를, 그것도 굽고 볶고 튀긴 것만 좋아한다. 또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나는 잡곡밥과 된장찌개를 남편은 흰쌀밥과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식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요리 담당인 나로서는 밥상을 차리는 것이 늘 고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남편이 먹는 음식으로만 밥상을 차리는 것이 당연해졌다.
올해 유난히 병원에 갈 일이 많았다. 몸이 고장 나고 있음을 느끼면서 그동안 내가 나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반성했다.나를 아낄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결심한 일은
나를 위한 밥을 먹는 것
선천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한 내가 십 년 가까이 남편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음식들만 먹었으니 속이 멀쩡할 리가 만무했다.위염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변비를 달고 살았다.그렇다고 남편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먹자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취향에 맞는 메뉴를준비한 날, 식탁 앞에서 먹을 게 없어 깨작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둘 다를 위한 밥상을 차리자니 퇴근 후 체력이 따라 주지 않았다. 그나마 편식을 하지 않는 내가 포기하는 편이 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기로 했다. 그래서 자기 전 마켓 컬리 앱을 켜고 주문을 했다. 전부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두부반 모
시판 청국장
진미채 무침한 팩
방울토마토500g
사과
그리고 주부로서 이런 것을 사 먹는다는 게 왠지죄책감이들어 그동안 클릭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건강 도시락까지.
참, 아이허브에서 베스트셀러라는 유산균도 두 통.
남편은 사 먹든 옆에서 한 술 뜨든 알아서 먹게 내버려 두고 내일은 나를 위한. 오직 나만을 위한 상을 차릴 거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