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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Jul 30. 2021

부부의 온도

그래도 아직 뜨끈합니다

습관처럼 내 손을 잡으려는 남편 손에 질색하며 말한다.

"아 쫌~ 인간적으로 여름엔 손 잡지 말자. 그리고 더우니까 붙지 마. 좀 떨어져서 가라구."

늘 상냥한 남편 눈이 뾰족해진다.

"됐어. 드러워서 안 잡아. 다신 손 안 잡아!"


지지배가 못됐네, 사랑이 식었네, 그러는 오빠는 사람 귀찮게 질척대네 하며 말씨름을 하는 것도 잠시.

한여름 대낮에 집 밖에 나온 어리석음을 자책하며 말없이 집으로 향하는데 젊은 커플들이 눈에 들어온다.

손을 꼭 잡은 것은 커플은 물론이고 서로의 옆구리에 착 붙어서 흡사 자웅동체가 되어 걸어가는 커플들이 제법 많다.

"오빠 저기 봐. 대단하지 않아? 하긴,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지."

"... 아니. 넌 연애 때도 안 그랬어."

"거짓말하지 마!"

또 투닥투닥.



저들은 우리 같은 늙다리와는 다르게 젊어서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나 : 나도 어릴 땐 더운 걸 몰랐던 것 같아. 남편  : ...)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쿨 소재의 옷을 입은 것일까. (나 : 시어서컨지 뭔지가 시원하다던데 그런 옷인가. 남편 :  몰라, 그게 뭐야???) 설마 사랑이 너무도 뜨거워 7월의 폭염쯤은 뜨뜻미지근하게 느껴지는 것인가.(남편 : 그럼 넌 나를 사랑한 적이 없구나. 나 : ...) 에 대해 사뭇 진지하게 토의하다 내린 결론.


저들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신상 커플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이 날씨에 저렇게 붙어다닐 수는 없다.


그리고 감탄했다.

뜨거운 여름을 거뜬히 이기다니. 연인의 온도란 참으로 어마무시하군.



그렇다면 멀찍이 떨어져 서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피하려 애쓰는,  하지만 언제든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는 우리 부부의 온도는 과연  도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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