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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Aug 20. 2021

얘들아 선생님도 학원에 오기 싫어

나의 직장은 동네  작은 학원이다.

매일 오후 같은 시각 아이들이 학원 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 어서 와."


여기까지면 좋겠지만 이어지는 말이 있다.

"선생님 학원에 오기 싫어요~"

좋은 선생이라면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실력도 쑥쑥 오르고 어쩌고 블라블라 하면서 아이들을 다독이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나쁜 선생인가 보다.

나도 싫어.
나도 학원에 오기 싫었다고
우리 그냥 집에 갈래?

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는지 꺄르르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아니야 얘들아  오해야. 나도 진짜 싫다니까 왜 안 믿어주니.




학원은 방송 일을 그만두고 자리 잡은 나의 두 번째 직장이다. 매일이 마감인 데다 피 말리는 섭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건들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던  방송과 달리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학원의 하루는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나의 천직이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출근길이 즐거웠다.


하지만 역시 일은 일이고 어른이든 어린아이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작은 유토피아 같게만 느껴졌던 학원도 적응하고 보니 나름 스펙터클한 사건들이 비일비재했고 급기야 도망치고 싶은 날도 생겼다.




몇 주째 잠을 설쳤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출근 준비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몸도 마음도 자리에 눌어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아이들은 이런 날 엄마를 붙들고 오늘 하루만 학원 빠지면 안 되냐고 조르겠지?

좋겠다.

나는 조른다고 허락해 줄 사람이 없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지. 가서 아이들을 만나야지.

가서 아이들을 붙잡고, 나도 진짜 학원 오기 싫었는데 왔다고 그러니까 이왕 온 거 열심히 좀 하다 가자고 사정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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