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갔다.

작은 변화, 그 시작

by 꼬당

나는 매일 잠들기 전, 카카오톡 '나와 대화하기' 기능을 통해 다음 날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하고 잠에 든다. 대문자 J인 나는 항상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게 찝찝하고 허전했다. 돌아보면 나는 항상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학생일 때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위해 분 단위로 계획을 짰고, 회사원이 된 후에는 퇴근 후 집안 환기, 신발장 정리, 빨래 돌리기, 설거지 등 일상적인 일들을 계획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해고를 당하고 나서 시간이 많아진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어버렸다. 새 집으로 이사 가면 큰 가구로 공간을 채우고, 자잘한 가구들로 집안을 꾸며나가는 것처럼 지금 내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직장이라는 존재가 사라져버리니 무엇을 해도 마음이 공허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집안 청소나 요리해서 먹는 밥도 무의미해졌다.


먹는 것도 부실해지고 집안도 돌봄을 받지 못하니 점점 내 마음처럼 어질러져만 갔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핸드폰 속 세상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자니 문득 '이게 사는 게 맞나? 이렇게 살면 안될 거같은데'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집안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쪽이 찌릿하게 아려왔다. 나는 이럴려고 자취를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내 한 몸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뭐 하자는 거야?'라는 자책감이 밀려왔다.




우울감은 수용성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에 공감하게 된 건 정말로 샤워를 하고 나면 잠깐이나마 힘이 나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내가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씻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집안도 돌보지 않은 내가 내 몸을 돌볼 리 없었으니까.

샤워를 하고 나면 좋은 냄새가 나고 새 옷을 입었을 때 느껴지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동기가 생긴다. 그때부터 갑자기 사람이 부지런해져 집안을 환기시키고 밀려 있는 설거지를 하고, 바닥에 쌓인 머리카락과 먼지를 치우기 위해 청소기를 돌린다. 그렇게 한참 동안 청소를 하고 나면 개운하고 뿌듯한 기분이 든다.


뭐라도 동기를 얻으니 구직 사이트를 뒤져보기도 했다. 한때 사람들과 부대끼며 상처를 받고 마음고생을 심히 했지만 난 여전히 일해야하는 사람이였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서 나는 행복을 얻고자 한다. 그래도 나는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고 있다. 작은 변화가 쌓여 큰 변화를 만든다고 믿는다. 지금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확실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는 나를 보면 결국 다시 예전처럼 나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