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3_하루에 한번 일기쓰기

자기개발과 자기계발은 다른 말.

by 꼬당


지긋지긋한 해, 거지같은 하루.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그래도 어쩌겠나. 아침은 밝았고, 하루는 어김없이 시작됐다. 전날 몇 시에 잠들었든 간에, 나는 늘 오전 9시에 일어나려고 한다.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하지만, 나만의 루틴은 꼭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야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지 않고, 불안한 생각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질 수 있으니까.



나는 불안을 잘 느끼는 사람이다. 그게 심해지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면서 마치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행동한다. 자전거를 배울 때도 그랬다. '넘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정말로 넘어지고,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끝에 당연하게 실수를 한다.

어떤 뇌과학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우리의 뇌는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그걸 더 생각하게 되는 청개구리 같다고. "코끼리 생각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는 오히려 온통 코끼리만 가득 차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일까. 내 불안은 실제보다 더 커져서 나를 위협해온다. 하루 종일 기분은 가라앉아 있고, 여기저기서 오는 연락들에도 답장을 미루며 점점 나 자신을 내 안에 가둔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돈이 없어서?

돈이 없다는 건 왜 이렇게 불안할까?

지출은 많은데 수입은 들쭉날쭉해서?

그렇다면, 돈이 있으면 불안하지 않을까?


오늘, 약 3개월 동안 매달렸던 큰 프로젝트가 끝났다. 그 보상도 오늘 입금됐다.

예전 같았으면 기분도 좋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지!", "이제 나도 안정적으로 프리랜서 생활을 해나가야지!" 같은 희망 섞인 말들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내가 느낀 감정은 오히려 공허함이었다. ‘돈이 있으면 불안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오늘의 이 공허함이 정확한 대답을 대신해준다.


나는 불안을 원동력으로 삼기도 한다. 불안이 몰려오면, 뭐라도 해야 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듯 자기개발(自己開發)을 했다.

지금 브런치에 이렇게 감정을 쏟아내는 일기는... 어쩌면 자기계발(自己啓發)일지도 모르겠다.

불안 때문에 미래가 흐려 보일 때, 중심이 흔들릴 때—나는 결국 뭔가를 해야만 마음이 조금이라도 놓였다. 가만히 있는 건, 더 견딜 수 없었으니까.


한 달 뒤의 내 모습이 궁금하다. 지금은 불안하고 우울하지만, 이 감정들을 발판 삼아 내가 조금씩 해온 일들이 비록 드라마틱한 변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쓸데없는 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싶다.

오랜 시간 이어진 습관이 루틴이 되고, 그 루틴이 결국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축복은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달 뒤, 이 귀찮고 하나마나한 '꾸준함'이 만들어낸 내 모습이 조금은 기대된다.


결국, 그 꾸준함이 내 불안과 우울을 가장 잘 잠재워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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