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과 고통

NO PAIN, NO GAIN

by 영백

며칠 전 영어 독해 지문을 공부하다가 흥미로운 글을 만났습니다.

쾌락과 고통을 형성하고 처리하는 뇌의 영역이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잠시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췄습니다.

뇌 속 어딘가에서, 달콤한 기쁨과 쓰라린 아픔이 나란히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니.

마치 한강 위를 스치는 바람이, 같은 숨결로 햇살과 빗방울을 번갈아 데려오는 모습 같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쾌락과 고통을 철저히 다른 세계에 놓습니다.

쾌락은 환하게 빛나는 무대 위에, 고통은 어둡고 습한 골목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뇌는 이 둘을 구분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같은 회로 속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에게 의존하게 만듭니다.

쾌락을 느끼는 데 고통이 필요하고, 고통 속에서도 쾌락의 가능성을 숨겨 두는 방식입니다.


이 사실을 곱씹다 보니 오래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NO PAIN, NO GAIN.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NOPAIN.png


그저 운동선수들이 훈련을 독려하기 위해 하는 말쯤으로만 여겼던 이 문장이,

갑자기 뇌과학의 증명까지 얻은 듯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 삶에서도 그 법칙은 늘 작동해 왔습니다.

마라톤 훈련을 하던 대학 시절, 첫 10km를 뛰었을 때의 종아리 통증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호흡이 한결 편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졌을 때,

그때 느낀 해방감은 통증과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피어올랐습니다.


영어 시험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십 번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다가 마침내 의미가 열리는 순간, 답답함이 뚫리며 찾아온 쾌감은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영역에서 다루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통을 견딘 사람만이 쾌락을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얻은 성취는 쉽게 잊히지만, 오랜 시간 버티며 만들어 낸 결과는 오래도록 마음을 환하게 밝힙니다.

뇌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우리가 포기하지 않도록 고통과 쾌락을 같은 회로에 묶어 두었습니다.

잔인하지만, 공정한 설계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무언가가 버겁고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도 기억해 주십시오.

그 고통은 이미 기쁨을 향한 길 위에 있습니다.

당신의 뇌는 그 순간에도 묵묵히, 당신만의 쾌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통을 지나온 자만이 알 수 있는, 단단하고도 깊은 기쁨 말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길 끝에 서서 미소 짓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실 겁니다.

고통과 쾌락은 처음부터 한 편이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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