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그 말이 떠나질 않았다.
“쌤, 무게는 나눠 들어야 덜 아파요.”
기팀장의 말이었다. 그 단순한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맴돌았다.
까대기 현장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상자의 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 무게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이 무게를 혼자 감추는 게 아니라, 그대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이 끝나갈 무렵,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냈다.
렌즈를 닦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새벽 다섯 시, 오늘도 상자 하나하나 옮기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이건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누군가의 물건이, 누군가의 하루가, 이렇게 새벽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 무게를 옮기며 제 하루를 살아갑니다.”
화면에는 새벽의 김이 서려 있었다. 스산한 냉기 속에서도 숨소리가 따뜻하게 번졌다.
기팀장이 다가와 물었다.
“쌤, 또 찍어요?”
“응. 이번엔 그냥 내 기록이야. 조회 수 같은 거 신경 안 써.”
“그래요. 근데 쌤이 찍으면 꼭 뭔가 울림이 있더라고요.”
그 말에 나는 잠시 웃었다.
“울림이 아니라… 나한테 하는 다짐 같아요.”
그날 밤, 영상을 편집했다. 음악도 자막도 넣지 않았다.
그저 숨소리, 상자 끄는 소리, 사람들의 짧은 대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영상을 다듬고 제목을 붙였다.
“무게는 나눌 때 덜 아프다.”
게시 버튼을 누르는 손끝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이번엔 두렵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학원으로 가는 버스 안. 창밖의 햇살이 유리창에 부딪혀 눈이 부셨다.
휴대폰 알림이 계속 울렸다.
‘좋아요 2천 개’, ‘댓글 500개’.
가장 위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 진짜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이네. 나도 오늘은 버텨보려고요.”
나는 휴대폰을 껐다. 버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오랜만에 조금 단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