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손끝은 늘 그렇듯 얼얼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 차가움이 낯설지 않았다. 이제는 나의 하루를 여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기팀장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쌤, 오늘따라 표정이 편하네요. 혹시 뭐 좋은 일 있어요?”
“글쎄요. 그냥…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
“가벼워졌다고요? 이 무게를 들고서?”
그가 웃으며 어깨를 툭 쳤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무게가 사라진 건 아니에요. 그냥,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까대기 현장 한편에서 문이가 상자를 나르며 말했다.
“쌤, 이번 영상 덕분에 우리 현장 분위기 좀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인사할 때마다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수형님이 덧붙였다.
“예전엔 다들 눈 피했는데 말이지. 이제는 그 눈빛이 다르더라.”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세상이 바뀐 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서로를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는 것— 그게 어쩌면 가장 큰 변화였다.
오후 5시. 학원 교실 문을 열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선생님, 요즘 영상 다들 봤어요! 우리 반 애들도 구독했대요!”
“쌤, 댓글 중에 ‘선생님 같은 분 만나고 싶다’는 글도 있었어요.”
나는 웃으며 칠판에 문장을 적었다.
“You are stronger than you think.”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때 깨달았다. 이 문장은 이제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진짜가 되었다는 걸.
이른 새벽, 다시 까대기 현장으로 향하는 길.
창문 밖으로 흘러가는 불빛 속에서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는 숨지 않아도 되겠다.”
두 개의 세상 사이에 있던 나, 그 틈을 채우고 나니 비로소 하나의 삶이 되었다.
새벽의 무게와 분필가루의 냄새, 그 둘 다 나를 만든 것들이었다.
엔진 소리가 멀어지는 새벽, 기팀장이 외쳤다.
“쌤! 내일도 보죠?”
나는 손을 흔들었다.
“그럼요. 내일도 봐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덧붙였다.
이게 나의 길이다. 이 무게가 나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