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히, 새벽에 택배 하차 일을 하시면서
낮에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을 모셨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명이 눈부셨다.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고르며 무대를 바라봤다.
눈앞에는 수십 명의 고등학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카메라 몇 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게 내가 원하던 자리였을까?’
손에 쥔 마이크가 이상하게 차갑게 느껴졌다.
“저는… 그냥 버티면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첫마디를 꺼냈다.
“새벽엔 상자를 옮기고, 낮엔 영어 문장을 가르칩니다. 두 일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는 겁니다.”
학생들이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어떤 아이는 눈빛이 반짝였고, 어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맨 앞줄에 앉은 몇몇 어른들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렇게 힘든데 왜 계속하세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음… 처음엔 생계를 위해서였죠. 하지만 이젠,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예요.”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순간, 나는 그 눈빛에서 조용한 이해를 느꼈다.
강연이 끝난 뒤, 기획자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웃었지만, 속은 복잡했다.
감동.
그 단어가 다시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단지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감동의 서사’로 포장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낯설었다.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던 나와, 이제 다시 새벽을 준비해야 하는 나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한 문장이 떠올랐다.
“무대의 빛은 잠깐이지만, 새벽의 어둠은 오래 버티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는 고개를 들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다시 나의 무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