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영웅의 그림자

by 영백

강연을 마친 지 이틀 뒤, 아침부터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메신저와 SNS, 문자 알림들이 연달아 쏟아지고 있었다.


“와… 쌤 기사 또 났어요!”


희쌤이 내 자리로 뛰어왔다.


“이번엔 더 크게 났어요. 메인 기사에도 떴어요.”


그녀가 내민 화면엔 선명한 제목이 박혀 있었다.


“새벽엔 노동, 낮엔 가르침…
‘영웅 같은 선생님’, 학생들 마음을 흔들다.”


나는 그 문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영웅...


그 단어는 내 것이 아닌 옷처럼 어깨 위에 걸려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중3 학생들이 나를 둘러싸고 말했다.


“선생님, 우리 엄마가 기사 다 읽고 울었대요.”


“진짜 대단해요, 선생님. 우리가 아는 ‘영백쌤’이 이런 분인 줄 몰랐어요.”


“선생님은… 진짜 멋있어요.”


아이들의 순수한 말이 고마우면서도, 묘하게 마음 한구석이 움츠러들었다.
그 말이 칭찬이 아니라
내가 감당해야 할 ‘기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까대기 현장에 도착하자
기팀장이 신문을 흔들며 웃었다.

“쌤, 여기에도 나왔어요. ‘가장 한국적인 감동’이라네요.
와, 이제 유명인 맞죠?”


문이도 활짝 웃었다.


“형, 이러다가 책도 내고 TV도 나오고 그러는 거 아냐?
우리 형이… 진짜로 대박 난 거 아니야?”


그들의 얼굴엔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 표정이 너무 소중해서 대답을 차마 흐리게 할 수 없었다.


“하하… 그럴 일은 없지.”

“왜요? 가능하죠!”

“음… 그냥 사는 거지. 대단한 건 없어.”


하지만 속으로는 자꾸만 혼란이 일었다.


작업을 마치고 트럭에서 내릴 때 기팀장이 나를 불렀다.


“쌤.”


그는 잠시 담배를 물다 말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쌤은… 영웅이 되려고 한 게 아니잖아요.”

“…….”


“근데 세상은 영웅을 만들고 싶어 해요. 그렇게 해야 편하거든. 사람들도, 언론도.”


나는 숨을 삼켰다. 참 이상한 말이었다.

칭찬받고 있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웠다.

빛이 비칠수록, 내 그림자도 더 길게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분명 같은 얼굴인데, 조금 달라 보였다.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던 나,
인터뷰를 요구받는 나,
그리고 새벽에 상자를 드는 나.


그 모든 ‘나’가 한 곳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나는 창밖 어둠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속에 중얼거렸다.


“영웅이 아니라… 그냥 나로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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