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세상이 나를 부르다

by 영백

영상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생각보다 많은 연락이 쏟아졌다.


“영백쌤 맞으시죠? 교육청 공무원인데요,
이번에 열리는 ‘진로 특강’에서 강연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노동과 교육의 교차점’이라는 주제로요.”


“팟캐스트 출연 제의인데요.
요즘 ‘삶의 밸런스’를 주제로 한 방송이라서요.”


전화가 울릴 때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울림이 된 건 고마웠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이제는 나 자신을 꾸며야 할 것 같은, 낯선 시선이 따라붙는 느낌이었다.


까대기 현장에서도 그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문이가 나를 보며 웃었다.


“쌤, 요즘 진짜 바쁘시겠어요. 뉴스도 나오고, 강연도 들어오고.”
“바쁘긴 한데, 아직도 상자는 무겁지.”
“쌤은 그게 멋있어요. 유명해져도 이 자리에 있는 거."

그 말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기팀장은 덤덤하게 말했다.


“쌤, 좋은 일이어도 중심은 꼭 잡고 가요. 세상은 쉽게 박수치지만, 금방 돌아서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학원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송원장이 회의 시간에 말했다.


“우리 학원이 이렇게 주목받은 적은 처음이에요. 하지만 선생님, 부담 갖지 마세요.

지금처럼만 해주세요. 그게 선생님이에요.”


희쌤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요즘 아이들이 선생님 수업을 더 집중해서 들어요.
‘까대기 선생’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대요.”


나는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꾸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이유, 그 단순한 마음이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강연 제안을 검토하던 중 책상에 놓인 딸아이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작은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


문득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빛이 비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 빛이 내 진심을 흐리게 해선 안 된다.


새벽 공기가 다시 얼굴을 스쳤다.
오늘도 어김없이 상자를 옮길 거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 설 거다.

나는 내 삶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그 두 세계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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