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다시, 나의 길 위에서

by 영백

새벽 알람이 울렸다.

한동안 듣지 않았던 소리였다.

당연히 다시 듣게 될 줄 알았는데, 오늘의 알람은 이전과 전혀 다르게 들렸다.

무거운 호출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일으킨 작은 신호처럼.


침대에서 일어나자 몸의 떨림은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었다.

지난 며칠간의 쉼이 어느 정도 나를 회복시킨 모양이었다.

현관 앞에서 신발끈을 매다가 나는 문득 잠시 멈춰 섰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 까대기? 학원? 영상? 가정?

이 모든 길이 하나의 길 위에 있음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까대기 현장에 도착하자 기팀장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다.


“쌤. 오늘은 좀 괜찮네.”

“네. 쉼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사람이요, 쉬는 것도 실력이에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장갑을 건넸다.


“자, 다시 해봅시다. 천천히. ‘내 페이스’로.”


나는 장갑을 받아 들었다. 차갑던 새벽 공기가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상자를 드는 손은 아직 무거웠지만 손바닥 안의 감각은 이전과 달랐다.

힘들다는 사실은 그대로였지만 그 힘듦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이 생겼다.


학원에 도착했을 때 긴장 대신 묘하게 편안했다.

아이들이 말했다.


“선생님 오늘 표정이 좋아요.”

“어제 좀 쉬었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응. 어제는 좀… 나를 찾는 시간을 가졌지.”


칠판에 글씨를 쓰는데 손이 덜 떨렸다.

아이들의 시선도 이제는 부담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나는 수업을 시작하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 세상에는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두 개의 삶이 서로를 지켜주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들은 조용히 내 말을 들었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거예요.”


이 말을 하며 나는 바로 몇 주 전의 나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학원을 나서는 길. 햇빛이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바라보지 못했던 빛이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이전처럼 ‘조회수’를 위한 영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이었다.

렌즈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나는 아직 새벽에 나갑니다. 그리고 낮에는 교실에 섭니다.

이 두 가지는 이제 내게 두 개의 삶이 아니라, 하나의 삶입니다.”


잠시 숨을 들이켰다.


“무게는 여전히 무겁지만… 이제는 그 무게를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촬영을 멈추고 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퇴근길, 버스를 타고 돌아가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내가 선택한 길은 누군가의 박수로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내가 내 발로 이어 붙여온 길이었다.

이 길에서 나는 여전히 넘어질 것이다.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버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넘어져도 괜찮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니까.


새벽 불빛이 멀어졌고 집 앞 골목이 가까워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해보았다.


“나는 계속된다.”


그리고, 내 삶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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