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멈추는 법을 배우다.

by 영백

그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꿈을 꾼 것도 아닌데, 몸 전체가 경고를 울리는 것처럼 불안했다.

기지개를 켜려다가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 느꼈다.


아내가 식탁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걱정을 넘어서, 이제는 불안에 가까웠다.


“… 당신, 오늘은 쉬어야 해.”


그 말이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쉬는 게 죄책감처럼 느껴졌다. 버티는 게 습관이었고, 책임감이 전부였던 사람에게 ‘쉼’은 낯선 단어였다.

나는 억지로 웃었다.


“괜찮아. 조금만 움직이면...”


하지만 다음 순간, 밥숟가락을 들던 손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내는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당신… 이렇게 살아서 어디까지 갈 건데?”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정말… 어디까지 가려고 했던 걸까.


학원에 도착했지만 교무실까지 걸어가는 짧은 복도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송원장이 나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선생님…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아, 그냥 피곤해서요.”

“아니요. 이건 피곤해서 되는 얼굴이 아니에요.”


송원장은 잠시 말없이 나를 보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수업 내려놓고 휴식하세요.”


그 말에 무언가 마음속에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가 “쉬라”고 말해주는 순간을 한 번도 허락해 본 적이 없었다.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았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멀리서 흘러왔다.

햇볕이 따뜻했는데, 그 따뜻함조차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잠시 뒤, 희쌤이 조용히 다가왔다.


“선생님… 괜찮아요?”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처음으로 솔직해졌다.


“… 아니요. 괜찮지 않아요.”


말을 하고 나자 묵직하게 눌러 있던 것들이 조금씩 풀렸다.


“사람은요… 버티는 것만 배우면 멈추는 법을 잊어버려요.”


그 말은 내 지난 몇 년을 정확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까대기 현장에 가는 길을 나는 처음으로 멈췄다. 기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오늘은 못 갈 것 같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기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쌤… 잘했어요.”


그 한 마디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마치 너무 오래 버틴 사람이 드디어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 햇빛 아래 서서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건, 버티는 법을 배운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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