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무너지는 신호

by 영백

새벽 출근길.

운전대를 잡은 손이 자꾸 떨렸다.

추위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차가워진 손끝과 다르게 가슴 한가운데는 낯선 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또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새벽 노동 교사’…”


나는 손을 뻗어 라디오를 껐다.

차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지만,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크게 소음을 만들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이 폭주하는 기분.

그리고 그 생각들이 서로 부딪히며 점점 더 커져갔다.


까대기 현장에 도착했을 때 기팀장이 나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쌤… 오늘 얼굴이 좀 많이 안 좋은데요?”

“괜찮아요. 그냥 잠을 덜 잤나 봐요.”

“이 정도면 잠 때문은 아닌데.”


기팀장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쌤… 가끔은요, 세상이 들여다보는 만큼 자기 자신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

작업을 시작하자 상자 하나하나가 전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아니, 상자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짊어진 ‘이미지’가 무거웠다.


문득, 귓가가 갑자기 울렸다. 삐— 하는 소리가 균열처럼 길게 늘어졌다.

나는 순간 균형을 잃고 파렛트 위에 손을 짚었다.

기팀장이 달려왔다.


“쌤! 왜 그래요?”

“아… 괜찮아요. 그냥… 잠시 어지러워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몸은 결국 솔직했다.

손끝이 저리고, 숨이 조금씩 가빠졌다.


“쌤, 쉬어요. 이건 일보다 몸이 먼저예요.”


기팀장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현장에서 겨우 정리하고 학원으로 향하는 길.

버스 좌석에 앉자마자,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


그저 피곤한 줄 알았는데—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고, 머릿속에선 계속 ‘웅—’ 하는 소리가 맴돌았다.


한참 뒤, 버스가 종점에 도착했다는 안내음이 들렸다.

사람들이 다 내릴 동안 나는 몸을 겨우 일으켰다.


학원에 도착했지만 학생들 앞에 서자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선생님 괜찮아요?”


아이들의 눈동자 몇 개가 나를 향해 흔들렸다.

나는 억지로 웃었다.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해서.”


하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 웃음이 예전의 웃음이 아니라는 걸.

수업이 끝나고 칠판을 닦으려고 손을 들었을 때 손목이 덜덜 떨렸다.

분필가루가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나는 몸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피곤이 아니구나.”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주 작은 균열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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