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리자 햇살이 눈부시게 내려앉는다.
까대기 현장의 차가운 공기와는 전혀 다른 온기다.
몸은 여전히 무겁지만, 발걸음은 다시 교실을 향한다.
학원 복도는 이미 학생들의 발걸음과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교무실 문을 열자, 희쌤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어? 오늘은 얼굴 괜찮아 보이네요. 어제는 완전 녹초였는데.”
나는 대충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거울 삼은 모니터 속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어쩐지 오늘은 조금 덜 무너져 보였다.
첫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이 분주하게 자리를 잡는다.
칠판 앞에 서자, 순간까지만 해도 무겁던 몸이 다른 에너지를 얻는 듯하다.
하루 종일 무게를 들어 올린 손목이 분필을 잡자마자
마치 다른 용도로 태어난 듯 가볍게 움직인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공부한 관계대명사,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자.”
내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진다.
학생들의 펜 끝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런데 교실 뒷자리에 앉은 한 학생이 불쑥 손을 든다.
“선생님, 혹시 요즘 피곤하세요?”
뜻밖의 질문에 순간 멈칫한다.
“어떻게 알았어?”
“그냥… 목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려서요.”
나는 잠시 웃음으로 넘긴다.
“피곤할 때도 있지. 근데 공부도 그렇잖아. 힘들다고 멈추면 더 힘들어져.”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문제집에 눈을 묻는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이 비워지자,
나는 분필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본다. 노을이 아름다웠다.
그 빛 속에서 어쩐지 까대기의 새벽이 겹쳐진다.
똑같이 무거운 하루지만, 이 자리에서만큼은 그 무게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