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자습이 끝난 뒤, 교무실은 묘하게 고요했다.
칠판을 지운 손에 남은 분필 가루가 아직 희끗했다.
책상에 앉아 다음 수업 자료를 정리하는데,
옆자리에서 희쌤이 슬쩍 몸을 기울였다.
“요즘 얼굴이 많이 상해 보여요.”
나는 고개를 들어 웃는다.
“괜찮아요. 그냥 잠을 좀 덜 자서 그렇죠.”
희쌤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선생님은 늘 괜찮다고 하네요. 근데, 진짜 괜찮아요?”
순간 말문이 막힌다. 까대기 현장에서 쏟아내던 숨결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애써 농담을 섞는다.
“아직 안 쓰러진 걸 보면, 괜찮은 거죠.”
희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힘든 게 있으면… 말해도 돼요. 선생님 혼자만 버티는 거 같아서.”
그 말에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감춘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근데 정말 괜찮아요.”
교무실 창문 밖으로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불빛 아래 앉아 있는 학생들,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대는 아이들.
나는 그 아이들의 눈빛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 아직은 버틸 만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누군가 내 속마음을 눈치챘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