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자습 시간, 교실은 여전히 분주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샤프심이 종이를 긁는 소리,
그리고 가끔 터져 나오는 한숨이 교실을 메웠다.
“선생님, 이거요.”
앞줄에 앉은 한 학생이 문제집을 툭 펼쳐 보였다.
빨갛게 줄이 그어진 문법 문제가 빼곡했다.
“이 부분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아무리 봐도 헷갈려요.”
나는 잠시 웃으며 펜을 들어 문제 옆에 간단한 예문을 적었다.
“봐봐,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해.
문장은 결국 흐름이야. 여기서 중요한 건 단어가 아니라 맥락.”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다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근데 시험 볼 땐 머리가 새하얘져요.”
그 말에 주변 학생들이 킥킥 웃는다.
“야, 나도 그래!”
“나도 문제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
나는 웃음을 잠시 지켜보다가 말을 꺼냈다.
“괜찮아. 시험장에서 머리가 하얘지는 건 당연한 거야.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네가 얼마나 빨리 다시 생각을 끌어올리느냐야.”
아이들의 눈빛이 내 손끝을 따라 움직인다.
나는 칠판에 간단한 영어 문장을 적어 보인다.
"문제는 결국 연습으로 익숙해지는 거다.
많이 쓰고, 많이 틀려봐야 해.
틀리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야. 틀리면 다시 배우면 되니까.”
뒷줄에서 한 학생이 툭 말을 던졌다.
“선생님도 예전에 많이 틀렸어요?”
나는 잠시 멈췄다가, 피식 웃었다.
“물론이지. 나도 수없이 틀렸어. 근데 그게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
교실 안이 잠시 고요해졌다.
그 고요 속에서, 아이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나는 그 눈빛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이들도 언젠가 자신만의 무게를 버텨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