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다시 무게 속으로

by 영백

다시금 깜깜한 새벽.

공기를 가르는 찬 기운은 여전히 매섭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현장에 들어서자,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문이와 성이는 이미 파렛트 옆에서 장갑을 끼고 있었다.

“형, 오늘 물량 많대요. 어제보다 두 배라던데?” 문이가 헐떡이며 말하자,

성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근데 박스들 크기가 장난 아니에요. 냉장고 박스도 두 개나 보였어요.”

잠시 뒤, 수형님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아이고, 오늘은 허리 조심해야겠네. 명절 끝나면 또 이래.”

그분의 주름진 얼굴엔 피곤이 묻어났지만,

손에는 여전히 장갑이 단단히 끼워져 있었다.


작업이 시작되자, 공기는 곧 기계음과 호흡 소리로 가득 찼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흘러나오는 상자들은 끝없이 이어졌다.

나는 허리를 굽혀 무거운 박스를 들어 올리며,

근육에 서서히 차오르는 긴장을 느꼈다.

“쌤, 괜찮아요?” 기팀장이 내 옆에서 물었다.

내 손목에 감긴 파스가 눈에 띄었는지,

시선을 한 번 훑고는 묵묵히 옆 박스를 들어 올렸다.

“괜찮습니다. 오늘도 버텨야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끝이 이미 저려왔다.

문이는 옆에서 중얼거렸다.

“진짜, 이거 운동보다 훨씬 빡세네요. 근데 끝나면 왠지 뿌듯하긴 해요.”

“운동은 돈 안 주잖아요. 이건 주고.” 성이가 맞받아치자, 다들 짧게 웃었다.


잠깐의 농담에도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무게의 순간 속에서 서로를 버티게 하는 힘이 생겼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려도, 눈앞의 상자를 계속 들어야만 했다.


작업이 끝났을 때, 새벽은 이미 희미하게 빛을 띠고 있었다.

모두가 잠시 벽에 기대앉아 숨을 골랐다.

수형님은 허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에휴, 그래도 다 같이 하니까 또 넘어왔지. 혼자였으면 큰일 날 뻔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고른다.

까대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함께 버텨내고 나면,

이상하게도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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