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무게의 리듬

by 영백

트럭 문이 다시 열리자,

안에 가득한 박스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업자들 사이로 순간적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와… 오늘 또 시작이네.”

기팀장이 먼저 몸을 풀며 말했다.

“자, 호흡 맞추자. 하나, 둘, 셋, 올려!”

그의 구령에 맞춰 우리 모두 몸을 움직인다.

문이는 컨베이어 벨트로 박스를 넘기며 중얼거렸다.

“형, 이거 거의 무한 루프 같아요. 끝도 없이 나오네.”

성이가 씩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도 무게엔 리듬이 있어요. 한 번 타면 좀 버틸 만해요.”

나는 성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그랬다.

박스를 들고 옮기고 쌓는 반복 속에서,

몸은 점점 기계처럼 반응한다.

호흡, 박자, 근육의 움직임이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진다.

힘든 건 사실이지만, 묘하게도 그 리듬이 버티게 했다.


잠시 숨을 고를 때, 수형님이 허리를 펴며 말했다.

“젊었을 땐 이런 거 장난이었지.

근데 나이 먹으니까, 리듬보단 약이 더 필요해.”

말 끝에 껄껄 웃지만, 그의 손등은 검게 굳은살이 배어 있었다.


땀방울이 이마에서 떨어져 바닥에 스친다.

손끝의 감각은 무뎌지고, 등줄기는 이미 젖어 있다.

그러나 다들 말을 아낀 채 묵묵히 움직였다.

말보다 중요한 건 박스를 밀어내는 손의 힘,

그리고 옆에서 같이 무게를 나눠드는 동료들의 존재였다.


한참 후, 마지막 트럭의 짐이 빠져나왔다.

순간 현장에 고요가 찾아왔다.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동시에 벽에 기대어 앉았다.

문이가 툭 던지듯 말했다.

“우리 오늘도 끝까지 버텼네요.”

수형님이 천천히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뭐 별건가. 그래도 사람 사는 거지.”

나는 아무 말 없이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붉게 패인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그 속엔 이상하게도 작은 뿌듯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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