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집이라는 숨

by 영백

까대기를 마치고 학원 수업까지 다 끝낸 날이면,

몸은 이미 녹초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현관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먼저 맞는다.

아내가 끓이고 있던 된장찌개의 향이다.

“왔어?” 짧은 인사 한마디,

그 안에 담긴 따뜻함이 나를 숨 쉬게 만든다.


거실 한쪽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교과서를 펼쳐놓고 있었다.

색연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삐뚤빼뚤한 글씨가 노트에 가득하다.

내 눈을 발견하자, 딸아이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달려온다.


“아빠! 나 받아쓰기 100점 맞았어!”

시험지를 꺼내 흔들며 자랑한다.

나는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친다.

“와, 우리 딸 대단한데? 최고야!”

그 순간만큼은 온몸에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식탁에 둘러앉아 세 식구가 저녁을 먹는다.

아내는 학원에서 있었던 짧은 일들을 늘어놓고,

딸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랑 있었던 소소한 사건을 신나게 말한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준다.

말수가 적어도, 그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였다.


식사가 끝난 뒤, 설거지를 하는 아내의 등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까대기 현장에서 들었던 상자의 무게,

학원에서 학생들의 불안과 기대가 얹힌 눈빛,

그리고 집에서 마주하는 아내와 딸의 웃음.

세상 어떤 무게도 결국 이 순간으로 이어진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딸아이가 이불속에서 조용히 속삭인다.

“아빠, 내일 일찍 와서 숙제 검사해 줄래?”

나는 대답 대신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내일도 버티자. 이 집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이전 21화21화. 학생들과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