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교실의 무게

by 영백

까대기 현장의 소음과 무게에서 벗어나 학원에 도착하면,

나는 또 다른 무게 속으로 들어온다.

이번엔 철제 바닥 대신 칠판과 분필,

그리고 수십 쌍의 눈빛이 나를 짓누른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무실 창가에 잠시 앉아 커피를 들이켠다.

새벽에 쏟은 땀이 아직 옷에 배어 있는 듯하지만,

학생들 앞에서는 단 한 줌의 피곤함도 내비칠 수 없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쌤, 숙제 검사해요?”

“오늘은 듣기 해요, 독해 해요?”

익숙한 질문들이지만, 매번 새롭게 나를 깨운다.

나는 웃으며 말한다.

“오늘은 독해부터 간다. 집중해라, 시작한다.”


칠판에 글을 적는 순간,

손목에 살짝 통증이 밀려오지만

분필이 가루로 흩날리는 소리가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까대기 현장에서 상자를 옮기듯,

여기선 단어와 문장을 쌓아 올린다.

그 차이가, 나를 버티게 한다.


수업 도중, 한 학생이 고개를 갸웃하며 손을 든다.

“선생님, 이 문장 구조가 왜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나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가며,

칠판에 화살표와 선을 긋는다.

아이의 표정이 ‘아!’ 하고 밝아지는 순간,

마치 무거운 상자를 옮겨 제자리에 내려놓은 듯한 안도감이 밀려온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교실을 빠져나간다.

나는 홀로 남아 칠판을 닦으며 중얼거린다.

“무게는 다르지만, 결국 여기도 숨 고를 틈은 없구나.”

분필가루가 손가락 끝에 남아 있었다.

까대기의 먼지와는 또 다른, 그러나 묘하게 닮은 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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