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무렵, 학원 교무실. 커피를 타러 가는데,
지나가던 중학생 무리가 나를 힐끔거리며 속삭였다.
“야, 맞다니까. 선생님 유튜브에 있던데.”
“새벽에 택배 하는 거 찍은 거 봤어?”
“헐, 진짜 선생님 맞네. 완전 멋있지 않아?”
나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가,
못 들은 척 교무실로 들어왔다.
손바닥에 커피믹스 봉지가 구겨진 채 땀이 배어들었다.
수업 시작 전, 몇몇 고등학생들이
교실 뒤편에서 휴대폰을 모아두고 웅성거렸다.
“선생님, 진짜 저 영상 선생님이 찍으신 거예요?”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냥…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를 찍은 거야.”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어떤 아이는 존경스럽다는 듯 바라봤고,
또 다른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속삭였다.
“근데… 영어 선생님이 왜 그런 걸…?”
그 속삭임이 나를 예리하게 찔렀다.
저녁 자습 시간, 원장실로 불려 갔다.
송원장은 영상을 봤는지,
노트북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조회수가 만 단위를 향해가는 내 영상이 켜져 있었다.
“선생님, 이거… 의도는 알겠는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단호했다.
“학생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 가르치는 선생님이 새벽에 이런 일을 한다’고 불안해합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송원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선생님의 사정과 진심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학원은 신뢰가 가장 중요해요.
이 부분, 어떻게든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무실 불이 모두 꺼진 밤,
나는 한참 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이들의 호기심 섞인 눈빛,
학부모의 차가운 시선,
원장의 난처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모니터에 비친 내 얼굴은 지쳐 보였다.
새벽의 땀 냄새와 분필가루가 섞인 하루 끝,
나는 묘하게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