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영상의 파문

by 영백

새벽 공기 속에 김이 뿜어져 나온다.

나는 낡은 삼각대를 세우고,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오늘 물량… 많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녹화를 시작한다.


컨베이어 벨트가 덜컥거리며 돌아간다.

상자들이 쉼 없이 밀려 내려오고,

그 위로 테이프 찢어지는 소리,

파렛트 깨지는 소리가 섞여 들어간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들어 올리고,

내던지기를 반복했다.

팔뚝은 불에 덴 듯 달아올라 있었고,

숨소리는 거칠게 튀어나왔다.


문이가 내 카메라를 힐끗 보며 묻는다.

“형님, 이거 뭐 찍는 거예요? 브이로그라도 하실 건가요?”

나는 숨을 몰아쉬며 웃어 보였다.

“그냥 기록이지 뭐. 내 하루 기록.”

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근데 이거 사람들 보면 놀라겠는데요?” 하고 웃는다.


성이도 옆에서 상자를 번쩍 들며 한마디 보탠다.

“진짜요. 선생님이 까대기 하는 거 알면 다들 놀랄 걸요.”


그 말에 수형님이 껄껄 웃는다.

“뭐 놀랄 게 있나.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수형님의 말은 농담처럼 흘렀지만,

굳은 얼굴에는 오래 쌓인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카메라에 잡힌 화면 속에서

우리는 땀과 먼지에 뒤범벅이 된 채,

무거운 상자와 씨름했다.

누군가 “하나 둘, 하나 둘” 하며 박자를 맞추자,

모두가 그 리듬에 발을 맞춘다.

힘든 와중에도 묘한 동료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상자를 던져 올리며,

나는 카메라 앞에 다가가 헐떡이며 말했다.

“이게… 내 하루의 또 다른 시작입니다.”


집에 돌아와 씻고, 잠깐 눈을 붙이기 전.

나는 편집도 없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채널 이름은 '동네강사 영백이'.

오늘만큼은 영어 수업이 아닌,

내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까대기 선생의 새벽.”

단순한 제목, 설명은 몇 줄 뿐이었다.


몇 시간 뒤 눈을 뜨자, 휴대폰이 알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회수는 벌써 1,000회. 댓글이 스무 개가 넘었다.


“진짜 멋있어요. 존경합니다.”

“저도 알바 해봤는데 너무 공감되네요.”

“근데… 이런 일 하시면서 수업은 괜찮으신가요?”


응원과 공감 사이로, 묘한 의심이 끼어들고 있었다.

손끝이 차갑게 얼어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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