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까대기 현장. 트럭의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박스들이 쏟아져 내렸다.
벨트 위로 “쿵, 쿵”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구령이 뒤섞였다.
나는 상자를 집어 올리며 무거운 호흡을 내뱉었다.
손목이 시큰거렸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인 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어제의 회의실이었다.
차가운 학부모들의 눈빛이, 지금도 내 어깨 위에 얹혀 있는 듯했다.
문이가 내 옆에서 상자를 들어 올리다 멈칫했다.
“형, 요즘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여요.”
성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냥 피곤한 게 아니라… 뭔가 달라요.”
나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그냥 잠을 좀 못 잤어.”
그러자 수형님이 멀찍이서 한마디 던졌다.
“사람 얼굴은 거짓말 못 하지. 피곤은 숨겨도, 속은 숨기기 힘들어.”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찔렀다.
나는 대꾸하지 못한 채, 다시 상자를 들어 올렸다.
기팀장이 옆으로 다가와 내 어깨를 툭 쳤다.
“쌤, 그냥 우리가 모르는 일 있으면 말해요.
같이 까대는 거, 혼자 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 순간, 가슴이 잠시 먹먹해졌다.
동료들의 땀과 숨결이, 지금의 나를 붙들어 주는 듯했다.
하지만 입술 끝에서 맴돌던 진심은 결국 나오지 못했다.
“고마워요. 진짜 괜찮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내 눈빛까지 속일 순 없었다.
작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새벽 공기가 차갑게 파고들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까대기의 무게는 여전했지만,
오늘따라 그 무게 위에 또 다른 무게가 겹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