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겹쳐진 무게

by 영백

새벽, 까대기 현장.

트럭 문이 열리자 다시 상자들이 쏟아졌다.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무거운 박스가 차례로 옮겨졌다.


숨소리,

발자국 소리,

테이프가 찢어지는 소리가 뒤엉켜 현장을 가득 메웠다.


나는 묵묵히 상자를 들고 옮겼다.

어깨와 허리는 이미 무거움에 짓눌렸지만,

더 버거운 건 머릿속이었다.

어제 교무실에서 들었던 속삭임들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그 영상 아직도 올라가 있대.”

“학부모들이 다 봤다더라.”


박스를 들어 올릴 때마다,

그 말들이 다시 내려앉는 듯했다.


문이가 내 옆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형님, 오늘 유난히 힘들어 보이시네요.”

성이도 덧붙였다.

“진짜예요. 평소엔 그래도 농담도 하셨는데…

오늘은 말이 없으시네.”


나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잠을 못 자서 그래.”


그러나 기팀장은 묵묵히 옆에서 상자를 쌓다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쌤, 무게가 몸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표정에 다 드러나요.”


그 말에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고개를 떨구며 상자를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땀방울이 이마에서 떨어져 바닥에 번졌다.


작업이 끝난 뒤, 벽에 기대어 앉았다.

손바닥 굳은살 사이로 배어 나온 피가 붉게 번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 고통조차 흐릿했다.


까대기 현장의 무게와, 학원의 시선이라는 무게.

두 개의 무게가 겹쳐져, 나는 점점 숨이 막혀갔다.


“상자를 내려놓을 때는 끝이 났다.

근데… 그 다른 무게는 어디에 내려놓아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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