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와 학원을 오간 하루.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머릿속은 여전히 학부모들의 시선으로 가득했다.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소리와 냄새가 나를 맞았다.
“아빠!”
초등학교 2학년 딸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손에는 역시 받아쓰기 공책이 들려 있었고,
삐뚤빼뚤한 글씨 위에 ‘100점’이라는 빨간 글자가 선명했다.
“봐봐! 오늘도 다 맞았어!”
나는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크게 박수를 쳤다.
“우리 딸 최고네. 아빠보다 더 똑똑하네.”
딸은 깔깔 웃으며 내 품에 안겼다.
주방에선 아내가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칼칼한 김치의 진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다.
그녀가 눈길을 들며 말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왔네. 밥 식기 전에 와서 다행이야.”
나는 짧게 웃으며 자리 잡았다.
식탁 위에는 반찬들이 소박하게 놓여 있었다.
아내가 젓가락을 건네며 물었다.
“요즘 학원은 어때?”
나는 잠시 멈칫했다.
까대기 현장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대답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나온 건 짧은 한마디였다.
“그냥… 늘 똑같지 뭐.”
아내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작은 접시에 반찬을 덜어주며 말했다.
“당신은 늘 잘하고 있어. 우리 딸도 알고, 나도 알아.”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있자,
딸이 숙제 공책을 들고 와 앉았다.
“아빠, 숙제 검사해 줄래?”
나는 피곤에 절은 눈을 억지로 크게 뜨고,
삐뚤빼뚤한 글씨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아이의 글씨는 아직 서툴렀지만, 그 안엔 배움의 기쁨이 담겨 있었다.
순간, 마음속에서 묘한 온기가 일렁였다.
까대기에서의 땀, 학원에서의 시선,
그 모든 무게가 이 순간만큼은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다.
밤이 깊어,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옆에서 잠든 아내의 고른 숨소리,
방 안에서 들려오는 딸의 작고 안정된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내일도 버티자. 이 집을 지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