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사고

by 영백

새벽 공기 속, 트럭의 문이 열리자 어김없이 상자들이 쏟아져 내렸다.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몸이 움직였지만,

오늘따라 박스들의 무게가 유난히 더 무겁게 느껴졌다.


문이가 땀에 젖은 얼굴을 닦으며 외쳤다.

“형님, 오늘 진짜 장난 아니에요. 물량이 미쳤어요!”


성이도 허리를 굽히며 박스를 들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허리 나가겠네, 이거.”


나는 묵묵히 상자를 붙잡았다.

그 순간, 옆에서 갑자기 “악!” 하는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돌아보니 문이가 무릎을 붙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호흡은 거칠었다.


“야, 괜찮아?”


성이와 내가 동시에 달려갔다.

무릎이 비틀리면서 꺾인 모양이었다.

기팀장이 달려와 상자를 밀쳐내고, 문이를 부축했다.


“쌤, 이건 무리예요. 오늘 물량 이대로 못 치웁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수형님이 잠시 멈춰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나이 먹으니 더 안 버텨지네.”

굳은 주름 사이로, 피곤과 체념이 묻어났다.


작업은 중단될 수 없었다.

문이는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구석에 앉았고,

나머지 인원은 박스를 다시 붙잡았다.

박스를 올리며 숨을 몰아쉴 때마다,

머릿속에는 학원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겹쳐졌다.


“과연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겠어요?”

“신뢰가 흔들립니다.”


손끝이 저려왔지만 멈출 수 없었다.

까대기의 무게와 보이지 않는 시선의 무게가 동시에 짓눌러왔다.

작업이 끝났을 때, 모두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문이는 얼음찜질팩을 무릎에 얹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끝났네요. 죄송해요. 이러다 다들 부서지겠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손바닥 굳은살 사이로 배어 나온 피를 바라보며,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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