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나온 뒤, 복도에 홀로 서 있었다.
형광등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거렸고,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희쌤이 다가왔다.
손에 들고 있던 문제집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회의에서 무슨 얘기 나왔는지… 다 들었어요.”
나는 웃어 보이려 했지만, 입꼬리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별일 아니에요. 그냥… 예상했던 일이라서요.”
희쌤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별일 아닌 게 아니잖아요.
선생님, 힘든 거 다 보이는데… 왜 자꾸 괜찮다고만 해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누구에게도 쉽게 내색하지 못했던 말들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결국 내뱉은 건 짧은 한숨뿐이었다.
“애들이나 학부모들이… 날 어떻게 볼지 모르겠어요.
난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건데, 그게 잘못처럼 돼버렸네요.”
희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저는 선생님 존경해요.
새벽에도 일하고, 낮에는 아이들 가르치고… 쉽지 않잖아요.
근데, 그런 모습이 누군가에겐 불안해 보여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힘이 되기도 해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분필 가루가 묻은 내 손끝이 이상하게 선명하게 보였다.
말없이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