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길에서 잠시 멈춰 선 뒤, 다시 차를 몰았다.
손은 여전히 떨렸고,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트럭들이 줄지어 선 물류센터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억지로 차를 주차장에 세웠다.
현장에 들어서자, 성이와 문이가 먼저 눈에 띄었다.
문이는 아직도 무릎을 절뚝이고 있었지만,
억지웃음을 띠며 말했다.
“형님, 오늘은 괜찮아요?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나는 대답 대신 장갑을 끼며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 다들 피곤하잖아.”
그러자 수형님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람 몸은 기계가 아니야. 한 번 경고를 주는 거지.
그걸 무시하면 큰일 나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꾸중이라기보다 걱정이 묻은 충고였다.
기팀장이 상자를 번쩍 들어 올리며 내 쪽을 힐끗 봤다.
“쌤, 뭐든 말만 해요. 힘든 건 나눠야지.
혼자 버티려다가 무너지는 게 제일 위험해요.”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늘 무거운 상자를 함께 옮기던 사람들이,
오늘따라 그 무게 이상의 무언가를 나눠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작업은 여전히 고되었다.
상자를 옮기고, 쌓고, 밀어 넣는 일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묘하게 다르게 다가왔다.
박스를 함께 붙잡는 손끝에서, 동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이 끝난 뒤,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혼자 버티는 게 아니구나.
이 무게는… 같이 들어야 하는 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