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철교 위에서~
가을바람에 옷 자락 펄럭이며
내가 선 발 아래로
강물은 쉼 없이 흐르는데
다리는 반만 남아
허공 위로 상처처럼 멈춰 서 있다.
철교 아래로 흘러간 시간들은
눈물로 얼룩진 강물을 닮아
수십년 세월을 돌아 흘러도
만남의 강가에 닿지 못하고
그리움은 녹슨 못처럼 깊이 박혀
움직일수록 더 쓰라리구나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
아버지의 굳은 등 모습마저도
강 건너 안개 속에 묻혀
저 멀리로 사라져가고
부르다 지친 이름들은
밤마다 철교 난간에 매달려
메아리로만 들려온다.
소리쳐 부르면 분명
저 멀리 벼짚모자 눌러쓰고
소달구지 몰고가던 이도
손저어 반길것만 같지만
그사이 가로놓인
철조망은 날카로운 침묵으로
나를 제자리로 밀어내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울음을 삼키며
그리움만 보낸다.
해마다 맞고 보내는 오늘이지만
어느 추석날
아버지 산소에 벌초 한번 못해드리는
이 아들의 마음엔
비추는 달빛마저도
철책에 걸려 흉물같은 그림자로만
드리워지고 겹겹이 쌓이고 쌓인 그리움은
아프고 쓰린 가슴에 상처만 남긴다
저 하늘 흘러가는 흰구름에
술 한잔 못 올리는 죄된 마음을
띄워 보내며 오늘도 나는 홀로
임진각 끊어진 철교위에서
북녘하늘 우러러 외로운 절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