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이라서~
가을이라서
파아란 하늘은 더 높고
떠가는 흰 구름도 더 한가롭고...
가을이라서
온 여름 울어 대던 매미도 게으름을 피우고
열심히 그물을 치던 거미도 잠시 늦잠을 잔다
가을이라서
북한산의 단풍은 주황빛으로 물들고
잠자리 날아예던 저 들판도 더 세련된 금빛으로
몸단장을 재촉한다
가을이라서
볕에 그을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농부는 나름대로의 행복을 만끽한다
가을이라서
둥근 달은 더 둥글고
몇해를 가꾸지 않은 덤불속 작은 그 흙무지는
더 더욱 처량하더라
가을이라서
그 작은 무덤에 술 한 잔 못 올리는
불효자가 쏟는 눈물은
찢기듯 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