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쓰레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by 누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법칙은 내향인에게 저주라고 생각한다.


MBTI 검사를 하면 나는 I가 99%로 나온다. 의심의 여지없는 내향인이다.


나는 혼자 있는 게 편하다.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산책을 하고, 혼자 생각을 하고. 뭐든지 혼자서 하는 게 편하다. 학교에서든 교회에서든 늘 어느 무리엔가 속해 있었지만 그들과 늘 함께 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사람들을 피해 구석진 건물 뒤를 몰래 거닐며 숨을 돌리곤 한다.


그럼에도 완전히 혼자인 순간 느끼는 것은 자유로움이 아닌 외로움이다. 사람이 싫으면서도 결국은 연결되고자 하는, 속해 있고자 하는 원초적인 욕망이 내향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러니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내향인에게는 저주다. 혼자여도 같이여도 온전히 행복할 수가 없기 때문에, 늘 그 사이 어디선가 비틀거리는 곡예를 해야만 한다.


내 첫 연애가 한 달 만에 끝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그 애는 몇 년 전부터 좋아해 온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게 나라는 사실은 금방 알아차렸다.


몇 년 전부터 그 애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문자를 보내오곤 했다. 학교 생활이 너무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대충 답장을 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애는 나에게 멀리 사는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착한 애였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렇지만 입원 중에 받은 그 애의 연락을 대충 넘기기에 당시 나는 시간이 충분하다 못해 넘쳐흘러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다. 무엇보다도 외로웠다. 갑자기 친구 하나 없는 타지에서 학교는커녕 연락되는 친구도 얼마 없는 마당에 그 애와의 연락은 내 외로움을 채워 주기에 너무나도 알맞았다.


몇 달 동안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루에 한 시간은 기본으로 디엠을 했다. 그러면서 그 애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고백은 내가 했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 무엇보다도 나쁜 짓이었다. 그 애에게 나는 연애감정이 없었다. 내가 그 애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냥 그 애가 없으면 너무 외롭기 때문이었으리라.


그 애는 나를 정말로 좋아해 주었다. 애정 표현이 넘쳤고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과했다. 곧 내가 원한 건 외로움을 채울 친구 관계였을 뿐이지 연애는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연애감정이 없는 상대가 나를 이성으로 본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그 애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고, 손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을, 손을 잡고 싶다는 말을 듣기를 원했다. 나는 그 애를 사랑하지도, 같이 있고 싶지도, 손을 잡고 싶지도 않았다.


사귄 지 한 달 만에 한 첫 데이트 도중에 그 애는 내 손을 잡았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몸을 타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이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는 나쁜 놈이었지만, 이 이상은 진짜 재활용도 못할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그 애를 가지고 놀아버린 것이었다. 이미 상종도 못할 쓰레기였다.


데이트가 끝나고 며칠 후에 우리는 헤어졌다. 내 첫 연애는 그렇게 끝났다.


이제 다시 나는 외로워질 것이다. 아직은 무리 속에서 잠시 나와 거니는 자유로움을 즐기는 중이지만, 곧 완전히 혼자가 될 테고 다시 감정을 나눌 누군가를 찾기 전까지 나는 외로우리라.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나에게 치가 떨리는 저주다.




작가의 이전글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