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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an 15. 2022

CPTSD란 무엇인가

Complex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란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도 불린다. 1992년도 주디스 허먼작 트라우마와 회복 ‘Trauma and Recovery’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된 병명으로 DSM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WHO (세계 보건기구)의 ICD-11에 등재되어 있고 미국과 영국의 몇몇 보건 관련 기관에서 인정을 해주고 있는 질환이다.


주디스 허먼의 책에서 나오는 이 복합 외상의 키워드는 ‘지속되는 스트레스’이다. 아동 시기당한 지속적인 물리적, 정서적 학대나 방임/방치뿐만 아니라 전쟁 포로와 같은 수년간의 감금 생활, 납치나 감금을 통해 성노예로 전락하거나 노역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짧은 기간이나 찰나의 사고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PTSD와는 스트레스의 강도, 기간 등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쉽게 가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르고 그 스트레스가 아주 어린 유아기 시절부터 시작되었을 경우 인격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몸은 기억한다’의 저자인 Van der Kolk은 이 분야의 후발주자로써 주디스 허먼의 CPTSD의 일부분인 아동학대만 따로 ‘developmental trauma/발달 트라우마’라고 명명했고 이를 DSM에 등재하려 노력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와 같은 학자들의 노력으로 나 같은 환자들은 일반적인 불안, 회피나 신경성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서 특정 ‘원인’에 의한 트라우마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로 분류가 되었다.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환자로 하여금 그들 자신에겐 어떠한 문제가 없었으나 지속된 학대 같은 불행의 수렁에 의해 그들의 뇌신경체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까지는 환자가 보이는 증상들로만 말미암아 불안장애, 경계선 인격장애와 같은 진단을 내렸으나 (CPTSD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위와 같은 질환을 아예 안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CPTSD 같은 경우 그 원인을 이미 알고 있기에 만약 가정이나 학교 같은 곳에서 학대가 계속될 경우 환자를 그런 환경에서 분리를 하는 일차적 액션을 일단 취할 수 있다.


CPTSD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1. 아주 어린 시기부터 지속된 학대와 방치로 인해 인격형성 자체가 자기혐오의 성격을 띠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는 학대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으려는 시도들과 학대자의 언어폭력 자체를 스스로 내면화시키게 되면서 성격의 틀이 굳어지게 된다.

2. 여타 다른 질환들처럼 감정을 온전한 방법으로 순환시키지 못하고, 감정의 폭발을 자주 보이거나 감정 자체의 표현을 회피를 하며

3. 주로 타인이 가하는 트라우마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트라우마 본딩 (가해자에 정서적으로 의지를 하고 본인 자체를 자기혐오로 인해 믿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사고가 왜곡되어 있으며

4. 본인의 생각, 감정과 결단력을 믿지 못하듯 타인 또한 신뢰하지 않으며

5. 트라우마에 노출된 시기에 겪었던 사회적 고립감을 탈출 이후에도 계속 떠 앉고 가는 점

6. 타인에게 버림받을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점

7. 외면과 버림 받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완벽주의 적인 태도로 희석시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8. 해리 증상으로 인해 신체에 대한 소유 감각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cptsd에 노출될 수 있는 경로는 아주 많다. 개인적으로 나 같은 경우는 나르시시스트 엄마 밑에서 수십 년간의 정서적 학대,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들이 살면서 저지를 만한 무수한 사건 사고들로 인해 삶의 대부분을 고통받으면서 살아왔다.


한 가지 환자들이 안심을 할 수 있는 점은 그들의 DNA에 이런 질환이 절대 새겨진 채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 그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져서 뇌의 체계 자체가 큰 데미지를 입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는 그들의 태어날 때부터 그 본연의 모습과는 무관하며 철저히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환자로써의 경험을 통해  진단을 받기까지 가장 어려운 난관을 아 보자면

- 일단 이 콘셉트를 잘 이해를 하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 의외로 흔치 않다. 특히나 나르시시스트 부모 아래 큰 자녀들은 더더욱. 전문가가 치료자로서 나르시시스트를 만나는 상황이 아주 드물다. 나르시시스트가 타인에게 가하는 학대는 그 뉘앙스 자체를 읽어 내는 거 자체가 관건이다. 미묘한 디테일 같은 것을 잘 캐치를 해내서 나르시시스트가 어떻게 환자에 대한 공격성을 우회해서 표현을 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치료 가능성도 가장 희박하고 일단 나르시시스트 환자가 내원해서 ‘나르시시즘’을 치료하고자 하는 경우가 없다. 나 같이 운 없으면 나르시시스트에게 상담받는 경우도 있다.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상과 타인에 대한 선입견과 불신을 넘어서서 상담을 통해 자신의 성장환경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첫술부터 배부르랴. 그 누구도 상담 첫날부터 자신의 인생사를 객관적으로 다 말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면 선인, 큰 승려 뭐 그런 타이틀을 얻고 해탈했겠지. 상담을 꾸준히 오랜 기간 해오면서 그 객관적 틀을 임상심리전문가 같은 치료자가 제시를 해주면서 서서히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장배경, 그리고 더 넓게 나아가서는 내 가족의 정서적인 역사까지 다 파악을 하게 되고 세대를 거쳐오는 가정 안 학대의 역사를 다 알 수 있게 된다. 이 가족의 역사에 대한 것은 ‘Internal Family Systems Model’ 또는 ‘Family Parts Work’이라는 이론으로 따로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 위에 나온 것처럼 자신의 성장환경을 상담  전달하기 위해선 올라오는 상당한 양의 트라우마 플래시백 또한 감당해야 한다.


나는 15살 때부터 거식증을 비롯한 강박 성향으로 인해 건강에 지장을 받았지만 어떠한 의학적 도움을 받지 못했고 21살 때를 시작으로 우울증 증상 때문에 상담을 뜨문뜨문 받다 OCD (강박장애), 조현적 에피소드를 동반한 우울증 등등의 여러 가지 진단명을 받았다. 20대 때는 자살 시도 등 내 생애 제일 큰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에 비협조적이었기도 했고 감정에 대한 자각 능력이 아예 전무한 거나 마찬가지라서 단어로 내 생각을 옮기는 거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바닥을 내리찍은 후 몸을 회복하는 5년에 세월 동안 어느 정도 스스로가 약간의 자각을 하는 시기에 도달했고 30세 되던 때 상담을 수개월 받은 후에야 비로소 내 병명을 알았다.


누구도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한다. 상담자 앞에선 다 내려놓고 털어놓아야 한다. 이는 나 자신의 역사를 짜 맞추는 제일 첫 단추이다. 그리고 전문가의 객관적인 시선을 신뢰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내 시선이 약간은 왜곡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접근해야 한다. 이는 전혀 내 자신을 낮추거나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남의 의견들을 다 융합한 후에 객관성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나면 CPTSD의 치료 단계를 환자의 시각으로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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